저희는 신혼여행을 이태리로 갔습니다.

시어머님이 제주도로 가면 비용을 모두 내주신데서
저는 제주도로 가자고 그랬는데요
남편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결정한 곳이 이태리랍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 짐 싸는 것 부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행여나 검색대에서 걸릴까봐 짐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화장품도 용량이 적은 것만 챙기고 나머진 다 샘플을 가지고 갔어요.

공항에 가본 것도 비행기를 타본 것도 생전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두렵고 떨렸습니다.
거의 12시간을 비행해야하니 혹시 몰라 멀미약도 사먹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티켓도 다 끊어주고,
짐 부치는 것 부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그나마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들 짐만 검색대에서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 뭐지??? 왜 걸렸지???
당황한 저희들에게 젊은 직원이 다가와 가방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엔 자기 모습을 뽐내기라도 하듯 선명하게 찍힌 가위가 있었습니다.



너무 꼼꼼해도 탈이라고
화장품 샘플 자를 때 쓰려고 작은 가위를 하나 챙겼는데 그게 딱 걸린거였죠.
아무리 몰랐다고는 하지만 어찌나 부끄럽던지...
가위는 폐기처분 되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이젠 가위도 없는데...
이태리에서 돌아오던 날 또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고 말았습니다.
또야??? 왜???

이태리 공항 직원은 저희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 뚜빅! "

남편과 저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이태리말은 전혀 모르는 상태고 영어도 잘 못하니
서로 ' 어떻하지? ' 눈빛 교환만 하고 있는데
공항 직원이 웃으면서 또 말했습니다.
" 뚜빅! 뚜빅! "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저는 물병만 하염없이 바라 보았습니다.

그때 뒤늦게 떠오른 사실이 있었으니
용기가 100ml 이상이면 기내 반입이 안된다는 거~ ㅜ.ㅜ

여행중 마시던 물병을 아무생각없이 들고 다니던 가방에 넣어뒀는데
그게 걸릴 거라는 걸 남편도 저도 미처 생각을 못했던거죠~

" 뚜빅! "
그제서야 그 말이 " Too big! " 으로 들렸습니다. ㅠ.ㅠ

" 오빠~ 이거 물병이 너무 크다는 말인가봐~ "
저는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 Yes. OK~~ "
그제서야 남편은 공항 직원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병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저희는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직원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저희가 못알아 들을 걸 알고 ' 뚜빅 '만 반복했던 걸까요?

모두가 알아듣는 말을 저희만 못알아 들은 건지...
암튼 저희는 공항 직원의 아주 된 발음에 무척 당황을 했었습니다.
(ㅎㅎ 갑자기 크리스티나가 생각나네요~~^^;)

돌아오는 날까지 " 나 비행기 처음 타요~~ " 티 팍팍 내면서 다녀온 신혼여행...
많이 지나긴 했지만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니 웃음이 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