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2. 4. 20. 06:24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시이모님이 사십니다.

하지만 자제분 둘이 모두 입시생인지라

뒷바라지 하시느라 늘 바쁘셔서 자주 뵙진 못한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모님이 저희집에 잠시 다녀가셨습니다.

도담이 주려고 장난감을 샀는데 근처에 볼일이 있어 온 김에 주고 가신다구요.





이걸 포크레인이라고 하죠?

조종기로 움직일 수 있는 뽀로로 포크레인인데

우리 도담인 장난감보다 포장 박스에 더 관심을 보이더랍니다.


" 도담아~ 이거봐라. 도담아? 도담아? "

이모님이 도담이 이름을 몇번씩 부르셔도

대답은 커녕 쳐다보지도 않는 도담이 때문에 제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이모님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도담이 관심을 끌려고 조종기로 장난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도담이를 또 여러차례 부르셨습니다.


윙윙~~

장난감 움직이는 소리에 반응을 보이긴 하는데

무섭다고 피하면서 울음을 터트린 도담이... ㅡ.ㅜ;;


기껏 저 생각해서 이모할머니가 사오신 장난감인데...

제가 너무 죄송스럽더군요.


그 날 이후...

이모님의 전화와 문자가 평소에 비해 부쩍 잦아졌습니다.


도담이가 잘 놀고 있는지... 그새 또 보고 싶으시다는 안부 연락이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더라구요.


" 도담이 이름 각인 시켜주고, 엄마 아빠도 빨리 부르게 해라! "

이런 문자도 보내셨는데 전 그저 도담이가 말이 좀 느린 거에 대해

제가 그렇듯 이모님도 조금 염려가 되셔서 그러신가부다 했습니다.


그래도 이모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신경이 쓰여서

도담이 이름도 더 많이 불러주려고 하고 좀 더 유심히 아이를 살펴보게 되더군요.


밖에서도 일부러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담이를 불러보기도 했는데

절 보며 잘 따라 오더랍니다.


그래서 이모님이 또 연락을 하셨을 때 그 얘기를 해드렸더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고 하시며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사실은 그 날 도담이 보고 가서부터 일이 손에 안잡히셨다고...

아무리 불러도 보지도 않고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 계속 맘에 걸리셨다구요.


말이나 다른 게 느린 건 괜찮다고 오히려 늦게 트이는 애들이 더 똑똑하다시며

하지만 자기 이름을 듣고 반응을 보이는 건 가장 기본적인 거니까

좀 더 신경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제 마음이 상했을까봐 염려스러우셨는지

도담이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런 거라고 하시는데 별 말씀을...

저도 다 알고 있고 오히려 감사하답니다.


차도남 도담이 때문에

친정이든 시댁이든 서운해 하시는 부모님이나 친지분들 뵐 때마다

제가 참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거실 한 쪽 구석에서 철저히 도담이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포크레인...

언제쯤이면 도담이의 사랑을 받게 될까요?

언젠가는... 도담이의 사랑을 독차지(?)할 날이 오긴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가끔 도담이가 무서워하는 걸 이용해서

저 장난감으로 장난을 치는 남편때문에 그 시기가 더 늦어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