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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2 결혼 후... 처음 맞이한 명절

추석이 지난지 한참인데 이제야 글을 씁니다. 명절 후유증(?)을 핑계로 한껏 게으름을 부렸답니다. 안그래도 부지런하지 못한 저인데 덕분에 점점 더 나태해지는 모습이 보이네요~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가다듬어야 겠습니다.

 

10월 1일... 5일동안 입을 옷이랑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기느라 오전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 빠뜨린게 없나 보고 또 보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준비를 다하고 남편만 기다리고 있는데 왠걸요~ 명절 전날이니까 일찍 보내 주겠지 했는데 오질 않는거에요.

 

늦은 오후에나 통화를 했는데 정시 퇴근이라고 하더군요. 시어머닌 전화를 하셔선 차가 많이 밀린다는데 아직도 출발을 안하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셨습니다. 차가 밀릴땐 서울서 전주까지 10시간도 더 걸린다면서요. 그 얘길 들으니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임신 후 멀미가 더 심해졌거든요.

 

남편은 퇴근하고 오자마자 바로 출발해야 한다며 서둘렀습니다. 신경도 무척 날카로운 상태여서 차라리 새벽 일찍 출발하는게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새벽에도 밀리긴 마찮가지라며 그냥 출발했습니다.

 

저녁은 차에서 삶은 감자로 간단히 때우고 휴게소에도 한번 안들린채 계속 달렸습니다. 평소 가던 길말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로 간 덕분인지 생각보다 많이 밀리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3시간이면 갈 길이었는데 6시간이나 걸렸답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막내 작은 아버지네 가족들도 와있었습니다. 저희들 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셨다네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음식 장만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작은 어머니와 함께 꼬지랑 부침 요리를 도왔는데요 예전보다 음식량이 많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제 입장에선 다행스런 일이지요^^ 거기다 임신해서 힘들겠다며 들어가 쉬라고 하셔서 잠깐 낮잠도 청했답니다.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이한 명절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어머님도 다른 분들도 편하게 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서먹한데 이런 분위기라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밤이 되고... 남편은 심심한데 영화나 보러갈까 그러더군요. 사촌동생들도(저에겐 아가씨, 도련님입니다.) 가고싶다 그래서 11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어른들이 다음날이 추석인데 다 늦게 나간다며 뭐라고 하셔서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까지 했답니다. 저때문에 분위기가 좀 어색했는데 어쩌겠어요~

저도 붙임성이 없어서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드디어 추석... 6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 준비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희 시댁은 제사를 지내지않고 예배를 드립니다. 그래서 아침 준비가 그리 바쁘진 않았어요.

 

청소를 하고 다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어머니 인도에 따라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 후엔 성묘를 다녀왔어요. 어릴적 한두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랑은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오후엔 가족들 모두 마이산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남편만 빼고요. 저녁에 부산까지 운전을 해야해서 미리 잠을 자둬야 했거든요. 명절이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희들 처럼 고향에 내려온 김에 둘러 보고 가려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어요. 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는데 소풍나온 것처럼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녁을 먹자마자 부산으로 출발 했는데요 어머니께서 과일이랑 고기랑 이것저것 너무 많이 챙겨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그랬습니다. 부산까진 얼마나 걸릴까... 또 걱정을 했는데요 다행히 그리 심하게 밀리진 않았습니다. 이번 명절은 도로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찾은 친정집... 낯익은 동네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아파트 앞까지 마중나온 엄마, 아빠를 보니 코끝이 다 찡해졌습니다. 시집가서 친정가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군대간 남동생도 휴가를 나왔는데 제법 의젓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여동생은 제가 임신한게 신기한지 배를 콕 찌르곤 했답니다.

 

다음날은 남동생 복귀하는 날이라 배웅을 해주었는데요 군복 입은 모습이 꼭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군에 가기 전엔 잘 적응을 할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너무나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참 듬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엄만 아침부터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시부모님께 드리라며 멸치랑 오징어랑 사들고 오시는데 좀 일찍 일어나서 같이 갈걸 후회가 되었습니다.

 

" 신랑 먼저 보내고 넌 몇일 더 있다 가면 안되겠니? " 하시는데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또 울컥 했습니다. 선뜻 그렇게 하지못하는 제가 엄말 더 서운하게 한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좀 가까이 살면 참 좋을텐데...

 

부산에서 서울까지... 남편이 많이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중간에 쉬지도 않고 집까지 잘 도착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쌓인 피로가 몇일을 가더군요. 남편은 눈다래끼까지 나고 전 입술이 부르텄습니다.

다닐땐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몸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결혼할 땐 멀어도 괜찮을거라고 당시에 좋은것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지내다보니 친정도 시댁도 모두 가까이에 있는 친구가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