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2. 3. 16. 05:02

도담이의 개구진 행동들이 갈 수록 업그레이드가 되고
귀엽게 봐주고 그러려니 웃어넘기에 조금씩 한계가 느껴지는 요즘...

하루는 베란다에서 노는데 가루 세제를 퍼다가 빨래 바구니에 뿌리고 있더군요.
제가 세탁기에 세제 넣는 걸 흉내 내는 듯 했습니다. ㅡ.ㅡ;;

여태 저기까지 침범하진 않았었는데...
미리 치워놓지 않은 제 자신을 탓하며
세제는 높은 곳으로 옮기고 빈 바구니만 가지고 놀라고 줬습니다.

그리고 잠시 부엌일을 하다가 잘 놀고 있나 보려고 베란다로 가려는데



" 이게 뭐야? "
바구니들이 순간이동이라도 한듯 제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바구니를 방에 쌓아놓고 흐뭇하게 웃으며 이불 위를 뒹굴고 있는 도담이 ㅋㅋㅋ
정말 개구져 보이는 저 표정과 행동에 저도 웃음이 터졌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도담이의 시커먼 양말을 보는 순간 제 표정은 급 어두워졌습니다.

세탁기 물 내려 가는 곳에 가끔 물이 고여서 많이 지저분한데
도담이가 그 구석까지 들어갔었나 봅니다.ㅡ.ㅡ;;

" 너 지금 그 발로 이불위에서 뭐하는 거야? "
정말 엉덩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 청소 안한 내 탓이려니 했습니다.

" 이거 다시 제자리 갖다 놓자. "
제가 먼저 바구니 하나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니
다른 바구니를 들고 뒤따라 나오는 도담이~^^

그 모습이 기특하여 제 마음은 또 금방 풀어지고
웃으면서 잘했다고 칭찬을 해줬네요.





그렇게 또 베란다에서 놀기 시작한 도담이...




그런데 이번엔 세제 바구니 밑에 조금 남아 있던 세제를 손가락으로 콕 찍어 봅니다.
" 안돼~~ 그건 지지야! "

육아 선배님들이 보시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실테지요?!
더 있어봐라... 갈수록 더한다... ㅋ

하루에도 수십번씩 아이 때문에 울고 웃고 화냈다가 놀랬다가
제가 생각해도 변덕이 참 죽 끓듯 하는데요
아주 가끔은 제가 이중인격... 아니 다중인격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오늘은 또 제 변덕이 몇 번이나 죽을 끓일런지... 기대가 되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8. 23. 07:03


" 딩동~ "
초인종이 울리면 도담이는 얼른 저에게 안깁니다.
제가 문 열어주러 현관으로 나갈 줄 아는 거죠~

도담인 초인종이 울리면 아빠가 온줄 압니다.
그런데 아빠가 아니라 택배 아저씨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티슈가 왔습니다.
제가 박스를 뜯자마자 달려드는 도담이^^;;
택배가 오면 으레 박스 안에 있는 물건 끄집어내서 확인을 한답니다.

그런데 몇일 전 도담이의 이런 습성이 말썽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아직 시댁에 있을 때입니다.
다저녁에 도담이 데리고 어머니와 함께 근처 모종으로 갔습니다.
(원두막처럼 만들어 놓은 곳을 전주에선 모종이라고 하네요^^)

동네 어르신들 몇몇 분들이 더위를 피해 모종에 앉아계셨습니다.
도담이를 안고 모종으로 올라가니 무서운지 안내리려고 합니다.
어머닌 손자 자랑하고 싶으셔서 좀 내려보라시는데
내리면 울어서 그냥 계속 안고 있었습니다.

그때 멸치를 가득 실은 자그마한 트럭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인심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더니 멸치 두박스를 모종에 펼쳐 놓았습니다.
" 이거 하나에 만원짜린데 맛있어요, 드셔 보세요. "

어르신들이 몇개씩 집어 맛을 보고 있는데
도담이 멸치 박스를 보고는 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래서 내려주었더니 멸치를 한줌 쥐고 조물락 거립니다.

그걸 보던 아저씨는 다시 차로 가서 다른 박스를 들고 왔습니다.
" 이건 2만원짜린데 드셔 보세요. 다른데선 이거 아예 안내놔요. "
근데 하필이면 그 멸치 박스가 도담이 앞에 펼쳐졌습니다.

멸치를 두손으로 퍼냈다 담았다...
어머님이 안되겠다며 덮어서 한쪽으로 치웠더니 어찌나 서럽게도 우는지...
" 아이고~~ 그래. 여기~ 여기 있네. "
어머님은 그냥 다시 박스를 열어주셨습니다.

근데 도담이가 주물럭 거리니 멸치 머리가 자꾸 떨어져 나갑니다.

" 안되겠네. 손주때문에 이거 사야겠어~ 그냥 하나 사. "
" 2만원이면 너무 비싸~ 집에 아직 있어서 안사도 되는데... "


지켜보던 그 아저씨 바쁘게 물건을 챙기시며 15천원 해줄테니 빨리 결정하라셨습니다.
안사면 안된다는 눈빛을 보내시면서요.

결국 그렇게 어머님은 멸치 한박스를 사야했답니다.
물론 도담이때문에 사신거지만...
왠지 아저씨가 부러 비싼 거 내놓으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네요.
그래도 조금 더 비싸서 그런지 맛은 좋았습니다.



" 할머니~ 저 때문에 맛있는 멸치 싸게 산거에요~ "

아이가 점점 커가니 얼굴만 봐도 말썽꾸러기, 개구쟁이 기질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말썽들을 부릴런지... 참 기대가 되는군요. (ㅡ.ㅜ;;;)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