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제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였기에
1년이래도 실제 만남을 가진 시간을 따지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2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내다 보니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른 남편이 보이더군요.

남편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저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러서 어떤 자리든 어색해하고 불편해 하는 저를
남편은 늘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남편은 저를 수다쟁이로 만들었고
감정 표현이 서툰 저에게 ' 사랑한다 '는 말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었고
저는 남편의 성격이 저와 많이 달라서 더 잘 맞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그렇게 함께 살자 했고
지금껏 큰 다툼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잘 지내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서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남편의 성격은 남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남편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 무척 많이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많이 바뀌었어도 속 마음까지 완전히 바꾸긴 어려웠나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편이 저랑 많이 닮았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결혼 전에 제가 남편에게 느꼈던 편안함도
남편이 저의 성격과 마음을 잘 알았기에
그만큼 이해해주고 배려해 줘서 가능했던 거였죠.

신혼초... 작은 어머니가 저희를 보고 천생연분이란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가야 하는데 저는 일찍 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남편은 교회 갈 시간이 다되서야 일어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작이 많이 느리다 보니 이것저것 챙기던 중에
오히려 남편이 먼저 준비를 끝낸겁니다.

그 모습을 보시곤 둘이 참 잘 만났다 하신거였죠~ ㅋㅋ

하지만 지나치게 느긋한 제 성격과 다소 급한 남편의 성격은
가끔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한답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성격은 참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너무 달라도 문제 너무 똑같아도 문제...

당시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정반대의 성격인 줄 알았던 저희 부부가 결혼에 성공을 한것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있어 연애를 얼마나 오래했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지...
또 그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제가 다니는 교회에 원이라고 도담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원이는 똘망똘망 눈이 참 예쁜데요 진작부터 '엄마~ 아빠~' 소리를 하고 아장아장 걸어다닌 답니다. 도담이 보다 겨우 한달 반 빠른데... 아무리 여자 아이들이 빠르다곤 하지만 정말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교회 청장년 모임에서 만난 원이네 가족... 교회를 옮기고 1년 남짓을 2부 예배만 들이다 모임에 나간지 몇개월 안되었지만 저희 같은 신혼 부부들 모임이라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배우는 점도 많아서 참 좋습니다.


<청소하는 남자, 살림하는 남자>
하루는 원이 엄마가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았습니다. 남편이 쉬는 날 만이라도 아이와 잘 놀아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는다구요. 그 말에 원이 아빤 억울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 쉬는 날 밥 하고 청소하고 그러고 나서 아이까지 봐주는데... 나 같은 남편이 어디 있다구~ "
" 어머~ 청소랑 밥 하는 거 까지 도와주세요? "

이야기를 듣던 회장 언니와 제가 부럽다는 듯 물으니 원이 엄마가 말했습니다.

" 아... 사실 제가 남자 같은 성격이라^^;; 살림하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결혼할 때도학벌, 집안, 외모...그런거 안보고 밥 해주는 남자랑 하려고 했어요. "

평소에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의외였습니다. 그정도로 남자 같은 성격이면 표가 나도 났을텐데 전혀 몰랐거든요. 


<원이 엄마의 결혼 조건>
그런데 더 놀라웠던 사실은 원이 엄마의 결혼 조건이 밥 해주는 남자였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원이 아빠의 외모가 못생겼다거나 ( 키는 좀 작은 편이지만^^; ) 집안이 안좋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삼교대라 힘들긴 하지만 번듯한 직장도 있고 성실하고 자상한 분이랍니다. 

' 그래도 볼 건 다 봤네? '하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원이 엄마의 입장에선 그런 것은 후차적인 문제였던거죠. 

"결혼할 때 그런말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다 시킬 줄은 몰랐어요^^;"
" 근데 정말 딱 밥만하잖아.", 
" 그럼 어떻게해~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밥먹고 출근하기 바쁜데 밥이라도 해놓는게 어디야? "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분이 참 잘 만났구나... 원이 아빠가 원이 엄마를 정말 많이 사랑하나보다 했습니다. 남편은 제 얘길 듣고 ' 원이 아빠 성격 정말 좋구나! '그랬네요^^

평소 잘 싸우지도 않는다는 원이네 부부... 오히려 원이 엄마가 욱하는 성격에 한소리 하면 원이 아빠가 삐친다나요? ㅎㅎ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결혼 조건은?>
여러분은 결혼할 때 무엇을 가장 우선으로 보시나요? 저는 남편의 성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는데요 사람 사귀는 데 서툴고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저로서는 그런 절 편하게 만들어줄... 잘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몇번 안 만나 봤지만 왠지 편하지 않았고 어색하기만 했는데 남편은 선수라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절 만나고 싶어 그랬는지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주며 절 편안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지금 결혼해서 살고 있겠지만요. 전 그래서 결혼은 가장 중요한게 사랑이라면 이 사랑을 보완 할 수 있는 부족한 부분을 서로 매워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원이 아빠는 원이 엄마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건도 좋고 능력도 좋지만 결혼은 그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원이 엄마를 통해 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여러분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면 돈, 능력, 외모보단 서로의 단점을 커버해 줄 사람, 그리고 서로 사랑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 6개월차인 친구...

얼마전 남편 월급날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다 나더라 합니다.

한 달동안 고생했다는 얘길 하는데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구요.

 

그러면서 저에게도 물었습니다.

남편 월급 받아오면 수고했다는 말 해주냐고...

 

결혼한 지 1년 반이 다되어 가지만

전 아직 한번도 남편에게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통장에 돈 들어온 거 확인하면 카드값이랑 여기저기 이체 시키고 그냥 보고하듯

그렇게 얘기했던게 다였습니다.

 

제 얘길 들은 친구는 의외라는듯이

그러면 남편이 돈버는 기계가 된것 같단 말 안하더냐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남편도 저에게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서운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월급날 수고했냔 말 한마디 없어서 서운한 적은 없었는지...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없는지...

 

남편은 그런거 꼭 말로 해야 아냐며 그런적 없다고 그럽니다.

오히려 저와 도담이가 있어 힘이 난다고요~ ㅎㅎ;;

 

4살짜리 딸이 있는 동네 언니는

남편의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다는 말에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 아니야~ 자기가 왜 돈 버는 기계야~ 내가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 기계지~ "

 

언니의 재치있는 대답에 함께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살아보니 부부 사이에 정말 중요한 건 배려인 것 같더라는 친구...

다른 친구는 맞벌인데도 남편이 집안일도 육아도 전혀 도와 주지 않아

매일 싸운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 참 결혼을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애만 키우라면 자기는 도저히 못할 것 같다며

차라리 밖에 나가 일하는 게 낫다는 우리 남편~~

힘들어도 틈틈히 도와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자기가 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렵다고 생색내기 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부부 싸움 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저도 앞으로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는 남편에게

" 오빠 한 달 동안 힘들었지? 고생했어~ 고마워요^^ "

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어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 전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친해진 친구가 올초에 시집을 갔습니다.

6~7년 사귀었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오래 사귀고 결혼을 했답니다.

그동안 간간히 통화 하면서도 결혼 생활에 전혀 힘든 기색이 없기에
그저 재미나게 잘 살고 있겠거니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회사에서 힘든일이 있었다며 전화를 건 친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너네 남편 집에서 옷 입고 있나? "
" ...... 음...... 그건 왜 물어? "
갑작스런 질문에 제가 뜸을 들이자 친구는
" 너네 남편도 옷 안 입고 있구나!! 야~ 남자들은 다 똑같은 갑다. "
그러면서 그동안 쌓인 것들을 털어 놓았습니다.

집에오면 팬티만 입고 돌아 다니고

물건을 쓰면 아무데나 놓아두고 ( 뒷정리는 항상 친구 몫이라네요;; )

빨래를 할 때마다 젖은 돈이 나오고

청소를 해달래면 초스피드... 그러나 먼지는 그대로...

결혼 사진 벽에 거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네요.

 

깔끔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인 친구에게

남편의 이런 점들이 엄청 스트레스였던 모양입니다.

그동안 사귀면서 그런거 몰랐냐고 하니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 친구야~ 포기할 건 포기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지 안그럼 니가 더 힘들다. "

" 안그래도 엄마가 그러더라. 지저분한 거 못보는 우리 아빠도 예전엔 그랬었다고...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지말고 한가지씩 차근차근 고쳐가라네. "

 

자취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저희 신랑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친구 남편과 크게 다르질 않습니다.

사실 친구 남편도 자취 생활을 했던 터라 저와 얘기 하면서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더군요.

 

그 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친구와 통화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 친구가 남편 때문에 우울증까지 걸릴 뻔 했었데... 어쩌고 저쩌고... "

" 아유 그러니까 결혼전에 나처럼 미리 얘길 했어야지. 나는 성격이 어떻고 게으르다... 그래야 실망을 안하지. 그리고 자취 생활 하다보면 어쩔 수 없어. 나도 처음엔 퇴근하고 맨날 청소 했는데 몸이 힘드니까 안하게 되더라. 그렇게 차츰 몇년을 몸에 벤 것이 하루아침에 고쳐 지겠어? 힘들지... 그래도 난 도와주려고 노력하잖아? 바로바로 안해줘서 당신 맘엔 안들진 몰라도... ㅇㅎㅎ"

 

제가 남편한테 뭐라고 한 게 아닌데도 괜히 찔렸는지 변명을 늘어놓네요^^;;

평소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것들은 서로 도우면서 맞춰가면 되는 거지만

팬티만 입고 있는건 좀 고쳐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나중에 우리 도담이도 아빠따라 그럴까 걱정이 되서요. ㅋ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