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나고 꼬박 1년을 연애하면서
남편에게 편지를 쓴 게 3번 이었습니다.
그것도 마지막 편지는 카드에 쓰듯 아주 짧은... 편지라고 하기도 그렇네요.

서울과 부산... 장거리 연애여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전화 통화는 많이 했지만 표현이 서툴렀던 저는 편지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번을 쓰고 지우고 고치고 그렇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 기분이란...
떨리고 설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받았다던 남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답장을 꼭 바라고 쓴 편지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하면서도 편지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었고 문자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그러니 서운한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내마음이 담긴 편지가 남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그렇다고 편지에 대한 반응을 보여달라 직접 말하기도 우스운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아직 못 읽었다는 남편의 대답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까지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았다는 남편이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운함이 너무 커 화가 나는데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전화상이었지만 그런 제 마음이 전해졌던지 남편은 미안하다며 변명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힘들었다...
여자 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읽고 싶지 않았다...
여유가 생겼을 때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읽으려고 했다...

제 편지가 너무 소중해서 그랬다는데 화도 못내겠고
이해는 안되지만 그 말이 기분 나쁘진 않더군요.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쉽게 가시질 않았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선물과 함께 직접 줬는데요
역시나 남편이 편지를 읽기까지 몇일이 걸렸답니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서움함이 좀 덜하더군요. ㅡ.ㅡ;;

세 번째는 빼빼로 데이라고 처음으로 빼빼로란걸 직접 만들어 봤는데
편지와 함께 보내면서 봉투에 아주 짧은 내용이니까 그냥 바로 읽으라고...
그렇게까지 써서 보냈답니다. ㅋ

결혼 하고 3년 가까이 살면서 1년이라는 짦은 연애는 추억으로...
좋았던 기억도 서운했던 기억도 저편으로 조금씩 조금씩 흐릿해져서
바쁜 삶 속에 거의 잊은 것 처럼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요

" 편지 같은 거 읽을 때 글자 하나하나 다 읽어?
  눈에 들어오는 중요한 단어 위주로 읽잖아. "

남편의 이 한마디에 갑자기 그 때의 서운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 그럼 내 편지도 그렇게 읽었어?
  진지하게 읽는다고 몇일씩 뜯어보지도 않아놓구! "


남편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글을 읽을 때
자신이 관심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건데
하필이면 ' 편지'를 예로 들어서는....

아무튼 남편은 제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3년이 넘은 일을 아직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냐면서 그러더군요.
" 임신했을 때 잘못하면 평생 간다더니... 난 임신했을 때 잘못한 거 없지? "

그 때 당시엔 제가 서운함을 표현하긴 했어도 그냥저냥 넘어갔기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편지를 받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남편 때문에 어떤 마음이었는지...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남편도 제 이야기를 들으며 그 때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많이 서운했겠다면서
핑계를 대자면 당시에 회사 분위기가 많이 안좋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정말 그런 기분으로 제 편지를 읽고 싶지 않았었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렇다고...
정말 보고 싶은 영화나 읽고 싶은 책은 마음 잡고 보기까지 오래 걸린다구요.

" 그 때 잘못했으면 우리 헤어질 수도 있었던 거야? "
" 응... 어쩜 그랬을지도 몰라. ㅇㅎㅎ"

제가 생각해도 조금 뜬금없이 떠오른 기억이었지만
오랜만에 남편이랑 연애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 기분도 새록새록
가끔씩은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 집이 좀 지저분하지? "
" 애 키우는 집이 다 그렇지. 이정도면 깨끗한데 뭘. "
" 그나마 오늘 청소한 게 이래. "

오랜만에 동네 언니둘과 아는 동생 집에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습니다.
그 동생에게는 5살짜리, 1살짜리 두 아들이 있습니다.

큰 아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아들 둘을 키우며 청소를 제대로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저는 도담이 하난데도 집이 엉망인데요. ^^;;

지난 주말엔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 맘먹고 청소를 했답니다.
처음엔 기분좋게 시작을 했는데
가만히 누워서 도와줄 생각도 안하는 남편을 보자 갑자기 화가 나더라네요.

주말에는 좀 푹 쉬고 싶어서 그러겠거니 하면서도
왜 나만 밥 챙겨주고 청소하고 그래야 하나 싶었답니다.
힘든건 자기도 마찮가진데 말이죠.

도와주는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자기가 좋아서 시작해 놓고 왜 그러냐고 하는 남편이 얼마나 얄미웠겠어요.

사실 저도 주말이 다가오면 밀린 집안일 좀 하자고 마음을 먹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말이 되면 방청소 조차도 안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주말이라고 어디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가버리고...

누워서 TV를 보며 편히 쉬는 남편 옆에 있다보면
저도 드라마에 푹 빠져선 시간가는 줄 모르고요

" 너무 어수선하다. 청소 좀 해야겠어~ "
남편이 좀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은근슬쩍 말을 꺼내면
" 하지마. 괜찮아. 나는 이런게 더 좋아~ " 그럽니다. ㅡ.ㅡ;;

남편이 주말에 쉬듯이
저도 주말엔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집니다.

그래서 주말 만큼은 남편이 도담이랑 좀 더 많이 놀아주면 좋겠는데
남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아이가 원하는 걸 엄마만큼 맞춰주질 못하니
얼마안되 아이는 엄마를 찾고 아빠는 거기에 서운해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벌써 주말이 기다려 지는 걸 보면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저 혼자서 아이와 씨름 하는 것 보다는 훨씬 편하기 때문이겠지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에 도담이 때문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날씨가 많이 풀린 듯 하네요~
오늘두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 오빠... 오늘 좀 일찍 오면 안되? "
" 왜? "
" 내가 몸이 좀 안좋아서. "
" 어떻하지? 오늘 치과 가는 날인데... 최대한 빨리 갈게! "

어제 저녁 도담이 저녁을 먹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이 났습니다.
속도 좀 울렁이고 그래서 저녁도 못먹고 큰 방에가 누웠는데 천장이 빙글~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 매일 늦는 남편인지라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했는데
마침 치과에 가는 날이라네요.

엄마가 그러고 누워 있으니
처음엔 같이 놀아 달라고 몇번 절 일으키던 도담이도
나중엔 옆에 같이 누워서 뒹굴뒹굴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참 기특하더랍니다.

9시쯤 되니 초인종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문을 열려고 일어나니 얼른 안기는 도담이^^;;

남편이 전 좀 누워 있으라며 도담일 안았는데
싫다고 발버둥 치며 제 옆에 다시 눕더군요.

하지만 아빠가 냉동실에 있던 피자를 꺼내 데워먹으려고 전자랜지를 켜는순간
벌떡 일어나 아빠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전자랜지 작동 시키는 걸 저가 하고 싶어서 그런거였죠 ㅋㅋ

방은 도담이가 어질러서 엉망이고... 싱크대엔 설거지가 쌓여 있고...
보다 못한 남편이 설거지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도담이가 또 제게 와서 보채자 아기띠를 가져오더니 도담일 업었네요.



도담이를 업은채 설거지를 하는 남편...
평소같음 저에게 업는 걸 도와달라 했을텐데 혼자서도 아주 잘 하네요^^;;
이제 완전히 애 아빠 다 된 것 같아요 ㅋㅋ



찰칵~
엄마가 폰으로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자 도담이가 뒤돌아 봅니다.

한참 누워 있었더니 어지럼증도 가라앉고 전 좀 괜찮아졌는데
마누라 아프다고 애까지 들쳐 없고 설거지 해주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미안하고 고맙고 괜히 코 끝이 시큰했습니다.

저 양 어깨에 지워진 짐이 얼마나 무거울까...
혼자 편히 살다가 마누라에 자식까지 먹여 살려야 하니...

언젠가 남편이 그러더군요.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는 게
한편으론 행복하고 살아가는 힘도 되지만
또 한편으론 그 막중한 책임감이 참 무겁게 느껴진다고...

어제 팬도리님이 딸래미에게서 삶의 무게를 느꼈다는 글을 올리셨던데...
저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너무나 고단한 삶의 무게를 느꼈네요.

남편의 그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데...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자 하면서도 하루종일 애한테 시달리다 보면 자꾸 까먹어요.
오히려 남편이 피곤하다고 도담이랑 안놀아주면 서운해하고...

어젠 제가 아프다고 하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요?
도담이 핑계로 밥도 대충 챙겨먹고 운동도 못하고 그랬는데...
남편도 편하게 해주고, 도담이랑도 신나게 놀아주려면 일단 체력부터 길러야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할 때쯤 산 남편의 첫차...
너무 맘에 드는 차를 샀다고 참 애지중지 하면서 탔었는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상처가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차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는 듯 했답니다.

기계세차는 차에 흠집난다고 꼬박꼬박 몇 시간씩 들여가며 손세차를 했었는데
그마저도 시들해져서 먼지가 뿌옇게 쌓였네요.

그런데 남편은 애정이 식은 게 아니라 애써 모른 척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당장이라도 가서 범퍼도 갈고 깨끗이 수리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되니 일부러 안보고 생각도 안하려고 하는 거라구요.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를 거의 안타는데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달에 두어번이나 탈까말까...
그런데도 잊을만 하면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서
차에도 상처가 나고 남편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네요.

그리고 얼마전에 또 작은 접촉사고가 있었습니다.
100% 남편의 실수였지만 정말 어의가 없었던 사고 였죠.

오전에 일이 있어 저와 도담이도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차에타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려는데
" 끼이~~~익~~~ " 긁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란 남편은 얼른 차에서 내렸고 무척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도 내려서 봤더니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 범퍼 모서리 쪽이 긁혀있고
저희 차는 뒷 문 쪽에 길게 상처가 났더군요.



우선은 상대방 차주에게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외출중이 아니어서 금방 주차장으로 오셨답니다.

이미 단종된 아주 오래된 차였는데 아버지 차라고...
일전엔 누가 심하게 부딪혀놓고 도망을 가서 CCTV 로 잡은적이 있다며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고 덤덤하게 차를 살피셨답니다.
오히려 저희 차가 더 심하게 긁혔다며 걱정까지 해주시더라구요.

그자리에서 그렇게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합의를 하고
혹시 몰라 저희 연락처를 드렸는데... 오후에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밝은 곳에 나와서 보니 라이터 부분도 긁혔더라고
근처 카센터에 알아보니 비용이 어느정도 나온다는데
피차 보험처리 하기 그러니까 얼마에 합의를 하자구요.

차가 오래되서 수리할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기에
남편도 합의금을 좀 깎아달라고 이야기를 해서 17만원에 합의를 했습니다.

" 나 운전 하지 말아야 할래나봐. "
남편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사고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꼭 뭔가 씌인 것 같다면서 자책을 하더라구요.

" 그래도 큰 사고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야. 앞으로 더 조심하라고 이런 일도 생기는 거지. "
"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미안해. "

그 날 이후로 차를 탈 때마다 속쓰려 하는 남편...
자신의 실수로 생긴 일이니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 정작 자기 차 수리할 형편은 못되니 그럴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 날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밖에서 더 큰 사고가 났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는 좀 찌그러졌지만 우리 세 식구 안다치고 건강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죠^^

2011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여느 때 처럼 남편은 침대위에서 뒹굴며 편안한 주말 아침을 만끽하고 있고
우리 도담이도 엄마 글 쓰는 동안 옆에서 얌전하게 잘 놀아주고 있네요^^

너무 평범하고 심심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이것도 행복이지 싶습니다.
올 한해 저희 가족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네요^^

제 블로그 관심가져 주시고 찾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제때 답방도 못가는데 꾸준히 들러주시는 이웃님들~~ 너무 고마워요.
새해에는 좀 더 부지런해 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구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1. 15. 06:10


도담이가 열심히 밥을 볶고 있습니다. ㅋㅋ

신랑 도시락 싸주구 남은 볶음 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려는데
도담이가 구지 저도 하겠다고 달라 그래서 그냥 프라이팬 채로 상위에 올려 주었답니다.



중간에 한번 쏟을 뻔한 위기가 있긴 했지만



곧 안정된 자세로 밥을 볶고 있는 도담이 ^^



양손에 주걱을 꼭 쥐고 밥을 뒤적이는 저 폼 만큼은
꼬마 요리사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 도담이는 요리가 좋아? 아빤 도담이 요리사 되는 거 싫은데... "
" 요리사 되면 좋지않아? 왜 싫어? "
" 요리사가 뭐가 좋아~ 주말에도 제대로 못쉬는데... "

남편은 도담이가 뭔가 좀 잘하는 것 같고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면 이리 설레발을 치곤 합니다.
가끔은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어려울때도 있답니다.

" 아~ 우리 아들 아무리 봐도 너무 잘생겼는데... 연예인 시켜야 되나? "
" 연예인은 아무나해? 끼가 있어야지! 그리고 연예인은 안시킬거라며! "

" 아들아~ 아빤 많은 거 안바란다. 서울대나 카이스트 정도면 돼! "
" 공부는 억지로 안시킬거라더니 그게 안바라는 거야? "
" 아이비리그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정도면 소박한거지~ "

남편과 저는 도담이를 낳고 우리의 욕심대로 키우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가능하면 아이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걸 하게 해주자고요.

그런데 가끔 남편이 이런 기대감 가득찬 말을 할 때면
농담이겠거니 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된답니다.

남편은 소박하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큰 기대같아서요.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다지만 그건 본인 꿈일 때 얘기고...

지금은 도담이가 암것도 모른다지만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그게 다 부담이 될텐데
괜히 저러다 나중에 아이와 갈등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를 출산한 날이 작년 4월 초...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쌀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에 있는 산모들 중 감기에 걸린 사람이 무척 많았답니다.

저도 그 감기를 피해가진 못했는데요
심하진 않았지만 잠을 청하기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다 끼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에게 옮을까봐 걱정이 되서
아이가 재채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꼭 간호사 선생님께 괜찮다는 확인을 받아야 맘이 놓였습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주로 저와 아이를 보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렸으니 남편도 무척 걱정을 하더군요.

어머님이 다녀가시며 따뜻한 수건으로 제 목을 따뜻하게 해주라고 하시니
바로 실행에 옮기는 남편...


그런데 손수건이 아닌 타월에 뜨거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젹셔와서는
비닐봉지에 넣어서 누워있는 제 목위에 턱하니 올려 놓았습니다.

" 오빠~ 너무 뜨거워! 그리고 이게 뭐야? 그냥 손수건에다 해오지... "
" 이렇게 해야 따뜻한 게 오래가지... 좀 식혀줄게~ "

그래도 나름 저 생각해서 그리 간호를 해주니 고마운 마음에 더이상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좀 묵직하긴 했지만 따뜻하니까 좋긴 하더라구요.
그렇게 전 잠이 들었고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왠 회의실 같은 곳에 제가 혼자 앉아있는데 아이들이 몇명 들어왔고
그 중 한 아이가 제 뒤로 와서 목을 조르는 꿈이었어요... ㅡ.ㅡ;;;

저는 숨이 막혀서 켁켁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제 목 위에 올려진 수건이 든 묵직한 비닐봉지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고
제가 켁켁 거리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얼른 비닐 봉지를 치워주었답니다.

식으면 다시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깜박 잠이 들었다며 미안해 하는 남편...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먼길 달려오느라 피곤했을테지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 상황이 너무 웃긴거 있죠?
그래서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ㅎㅎ

비록 악몽같은 꿈을 꾸긴 했지만
남편의 사랑이 철철 넘치는 간호에 참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그냥 마른 손수건을 목에 묵고 다녔네요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 전부터 만성피로를 호소하던 저희 남편은
늘상 " 피곤하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요즘 회사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집에서도 일하느라 새벽에야 잠이 드는데
그래도 금요일 밤만 되면 기를 쓰고 잠을 안자려고 버틴답니다.

" 맨날 피곤하다면서 이럴 때 맘 편히 푹 자면 좋을텐데... 왜 그렇게 안자려고해? "
" 안돼~~ 황금같은 금요일을 그냥 그렇게 허비할 순 없어! "

그렇다고 특별히 무언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 만화를 본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텔레비전 체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보기도 합니다.
정말 너무 피곤할 땐 보면서 스르르 잠들어 버려요.

빨갛게 충혈되서 잠이 가득 든 눈으로 그러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가도 납득이 안갈 때가 있습니다.

저도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해봤지만
남편처럼 오는 잠까지 물리쳐가며 그리 주말을 보내진 않은 것 같거든요.

금요일 밤은 그리 보내버리고
토요일엔 점심 때가 다되서 일어나서는 오후에 또 낮잠을 자는 남편...
때론 그 모습이 무척 얄밉기 까지 합니다.

그런데 저희 남편만 이런 게 아니더군요.

지난번 안면도로 동아리 모임을 갔을 때
남편 선배네 부부 얘기를 들으면서 그나마 우리 남편은 양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선배네는 10개월 정도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요
선배 부인은 또 임신을 한 상태였습니다.
아이 돌보기도 힘들텐데 한참 입덧을 할 시기라 정말 많이 피곤해 보였답니다.

그런데 선배는 피곤하다는 부인에게 오히려 핀잔을 주었습니다.

" 어제 한시간 자고 세시간 넘게 운전하고 온 사람도 있어! "
" 그러게 누가 자지 말래? 자기가 게임한다고 안자놓고~ "
" 금요일 밤에라도 그렇게 해야지 언제해? 넌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서 몰라~ "
" 나도 집에서 하루종일 일하거든! "

두분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자니 제가 다 서운할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임신한 부인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리고 차라리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게 낫지 집에서 하루종일 애 보라고 하면 자긴 절대 못할거라며
저보고 대단하다고 이야기 해주는 우리 남편이 참 고마웠습니다.

" 내가 스트레스 풀 데가 어디있어?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
남편은 금요일 밤을 그렇게 보내며 나름 스트레스를 푸는 거라고 말합니다.
이정도면 정말 건전한 거 아니냐구요.

돈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가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남편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푸는 거라는데 이해해 줘야지 하면서도
피곤하다는 말을 들을때 마다 안타깝고 걱정이 되서
또 잔소리를 하게되는 아내의 맘을 남편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건강에도 좋고 스트레스도 확 풀 수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


남편과 제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였기에
1년이래도 실제 만남을 가진 시간을 따지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2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내다 보니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른 남편이 보이더군요.

남편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저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러서 어떤 자리든 어색해하고 불편해 하는 저를
남편은 늘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남편은 저를 수다쟁이로 만들었고
감정 표현이 서툰 저에게 ' 사랑한다 '는 말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었고
저는 남편의 성격이 저와 많이 달라서 더 잘 맞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그렇게 함께 살자 했고
지금껏 큰 다툼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잘 지내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서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남편의 성격은 남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남편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 무척 많이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많이 바뀌었어도 속 마음까지 완전히 바꾸긴 어려웠나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편이 저랑 많이 닮았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결혼 전에 제가 남편에게 느꼈던 편안함도
남편이 저의 성격과 마음을 잘 알았기에
그만큼 이해해주고 배려해 줘서 가능했던 거였죠.

신혼초... 작은 어머니가 저희를 보고 천생연분이란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가야 하는데 저는 일찍 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남편은 교회 갈 시간이 다되서야 일어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작이 많이 느리다 보니 이것저것 챙기던 중에
오히려 남편이 먼저 준비를 끝낸겁니다.

그 모습을 보시곤 둘이 참 잘 만났다 하신거였죠~ ㅋㅋ

하지만 지나치게 느긋한 제 성격과 다소 급한 남편의 성격은
가끔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한답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성격은 참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너무 달라도 문제 너무 똑같아도 문제...

당시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정반대의 성격인 줄 알았던 저희 부부가 결혼에 성공을 한것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있어 연애를 얼마나 오래했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지...
또 그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9. 28. 05:25


2011. 9. 3. 토요일^^

한가로운 주말 늦은 오전...
도담이랑 잘 놀아주고 있나 슬쩍 돌아보니 부자가 나란히 누웠습니다.

어쩐 일이지???
도담이가 아빠 팔을 베고 얌전히 누워 있는게 하도 신기해서
얼른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눈을 감았는데
도담이는 말똥말똥 사진찍는 엄마를 바라 봅니다.

누가 부자지간 아니랄까봐 누워 있는 폼도 똑 닮았습니다.
얼굴이야 평소에도 판박이 소리를 들으니 그렇다치고
볼록한 배를 드러내고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이건 뭐... 크기만 달랐지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이 블로그에 자기 사진 올리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어차피 판박이인데 싶어 아들 사진으로 살짝 덮었더니
정말 쌍둥이가 되었습니다. ㅋㅋ



그런데 도담이가 아빠처럼 다리까지 꼬고 씨익 웃어줍니다.
그렇게 까지 안해도 똑같거든?!!!
엄마한테 아빠는 한사람으로 충분해~~

갓난 아기때부터 자는 모습이 아빠랑 유난히 닮았던 도담이...
갈수록 더 닮아가는 모습에 왜 엄마는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외모든 성격이든 엄마, 아빠 좋은 부분만 골라서 닮았으면 좋겠는데
제눈엔 도담이가 아빠의 나쁜 습관을 더 빨리 배우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남편이 보기엔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지만요 ㅇㅎㅎ

나중에 도담이가 많이 컸을 때...
부자지간에 제가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행동들을 똑같이 한다면
두 사람이 무척 얄미울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9. 21. 07:10


서울서 전주까지... 안밀리면 2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를
명절때면 5시간 이상씩 걸리니 늘 남편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도담이 때문에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요
지난 추석엔 큰맘 먹고 버스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김포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혹시 좌석이 없을걸 대비해 남편이 일찍 퇴근을 하고 왔습니다.

최대한 짐은 간편하게...
커다란 여행가방 하나에 도담이 짐, 저희들 짐 할 것 없이 모두 구겨 넣고
급하게 쓰일 물건들만 기저귀 가방에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은 금방 자다 깨서 얼떨떨한 상태였던 도담이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여행가방 위에 앉혔는데요
그길로 도담이는 공항까지 가는 내내 여행가방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ㅎㅎ

택시를 타려고 잡았더니 김포공항 간다니까 그냥 쌩~~ 가버리시고
저희는 그냥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 아이구... 나도 한번 밀어보자. "
지나가던 왠 아저씨가 대신 밀어주겠다며 다가서는데
흠칫 놀란 저희 남편은 옆으로 얼른 피하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걷고 싶어서 매일 나가자던 아이가
걸어가자 내려 놓아도 싫대고, 안아줘도 싫대고 한사코 가방만 타겠다고 하니
보는 저는 재미있었지만 운전수 노릇 해야하는 남편은 무척 힘들었답니다.



구부정한 자세로 아이까지 태운 가방을 밀고 다니려니 허리는 아프고
지나가는 사람들 꼭 한번씩 쳐다보니 부끄럽고 민망하고...
차 운전하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더군요 ㅋ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

제법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서
혹시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5시에 도착한 전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4시간 동안 
도담이는 울지도 않았고 심하게 보채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도 않았습니다. ㅡ.ㅡ;;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자 마자 여행가방을 보더니 또 태워달라는 도담이 ^^;;
마중을 나온 시부모님도 그 모습을 보시고는 배꼽을 잡으셨습니다.
" 그걸 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가 있어?! 허허허 "

이렇게 버스 여행의 첫 도전은 별 탈 없이 성공적(?)이었다 말할 수 있겠지만
다음 번 명절에도 버스를 이용할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카시트 태워서 가는 게
도담이도, 저도, 남편도 더 편하다는 생각이 간절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에 부산에 있는 친정에 갈 때는 비행기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비행기로 1시간, 버스로 1시간~ 두시간이면 친정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묵혀만 두고 있던 마일리지로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었답니다.

엄마는 신혼여행 때 처음 타본 비행기를
우리 도담이는 두돌도 되기 전에 타보는군요.
부디 그 때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다녀오길 빌어 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