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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1 나를 경악하게 만든 여동생의 모성애(?) 18

어린 시절 저희 집엔 쥐가 참 많았습니다. 밤에 자다가도 지붕에서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수저통에서 시커먼 쥐똥을 보아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답니다. 한번은 장롱 밑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쥐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적도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도 참다참다 쥐덫을 놓기에 이르렀는데요 끈끈한 쥐덫 한 가운데 먹을 걸 놓고 구석구석 놓아두었더니 다음날 한마리가 잡혔습니다.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다가 오히려 끈끈이에 돌돌 말려서 옴짤 달싹 못하던 쥐... 저는 그런 쥐를 보면서 싫고 징그럽다는 생각만했지 한번도 불쌍하다고 여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친정 부모님도 아파트에 사시지만 어릴땐 주로 스레트 집에서 살았는데요 이 스레트 집이 쥐가 살기 좋은 구조인지 이사를 가도 쥐때문에 시달린 적이 여러번이었네요.

그러던 어느날... 저를 경악시킬 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었을 즈음...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쥐똥 때문에 엄마는 또 쥐덫을 사다 놓았더랬습니다. 그러다 한마리가 잡혔는데 당시 제 손가락 길이만한 새끼 쥐가 잡힌겁니다. 끈끈이에 달라붙어서 꼼짝 못하고 덜덜 떨고 있던 쥐를 보고 전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했지요.

그런데 저희 여동생... 새끼 쥐가 너무 불쌍하다며 맨손으로 쥐를 덥썩 잡았습니다. 저는 그러지 말라고 옆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여동생은 대야에 물을 받아서 새끼 쥐의 털에 묻은 끈끈이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깨끗하게 목욕까지 시켜서 집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엄마는 못잡아서 안달인데 동생은 불쌍하다고 놓아주고... ㅋㅋ

길 잃은 강아지가 저를 따라온다고 데려와서 키울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정많은 여동생이었지만 쥐에게까지 그런 모성애를 발휘하다니...

여동생이 데려와 키우던 강아지가 무서워서 맨날 도망만 다녔던 저였기에... 그래서 동물 키우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 저이기에... 그런 동생의 모습이 더욱 놀라운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전 이렇게 생생한데 정작 여동생은 그 일을 기억이나 할런지... 그런 여동생을 보면서 기막혀 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동생의 그런 이쁜 마음을 부러워 했던 것도 전혀 모를테지요.

하지만 전 여전히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키우는 건 물론이고요~ 저랑은 다른 점이 많은 남편도 그거 하나는 같은 마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ㅋㅋ 

그런데 나중에 도담이가 동물을 좋아한다면... 그래서 키우고 싶다고 때를 쓰면 어쩌지요? 남편은 당연히 절대 못키운다고 하고... 사실은 저도 별로 키우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