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근처에 오랫동안 공사를 하다말고 그대로 방치된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벽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공사를 시작하더니
보기만해도 번쩍이는 멋진 백화점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 백화점이 오픈을 했습니다.
비가와서 밖에 안나가고 있다가 저녁 무렵에 남편 마중을 나갔는데
백화점 앞이 무척 복잡했습니다.




원래 백화점 앞 건널목에 신호등이 없었는데
백화점 공사를 하면서 신호등을 만들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입장이라 그 신호등이 무척 반가웠었는데
어제는 차량 소통이 많아서 그랬는지 기껏 만든 신호등은 꺼버리고
백화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백화점 옆으로는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평소엔 한산하던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백화점 로고가 들어간 장바구니나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남편을 만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저희도 백화점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남편이 피곤해 해서 그냥 1층만 한바퀴 돌고 나왔는데
조금 복잡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깔끔하고 좋아 보여습니다.

그리고 가방 하나에 100만원이 훨씬 넘어가는 명품관도 보였는데요
거긴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지 줄로 막아 놓았더군요.

" 여기서 이런 명품관이 장사가 될까? "
남편은 그렇게 말했지만
이런쪽으론 날고 기는 전문가들이 고심해서 만든 거니 잘 되겠지요.
그래도 저에겐 그림의 떡이라는거... ㅡ.ㅡ;;

그렇게 돌고 나오는 길에선 멤버쉽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었습니다.
백화점 로고가 들어간 장바구니가 그 사은품이었네요.
같은 장바구니라도 백화점 로고가 들어가 있으니 뭔가 더 있어보이는 느낌이 들더군요. ㅋ

" 백화점 생기니까 더 이사가기 싫으네... "
남편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희는 백화점 때문에 이사를 가야할 지도 모릅니다.

안그래도 치솟는 전세값인데 백화점이 생겼으니 더 오르지 않겠어요?
2년 계약인 전세값을 작년에도 한번 올려 주었는데
내년에 또 올려달라고 하면 저희는 이사를 갈 수 밖에요. ㅜ.ㅜ;;

결혼을 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생활하면서
이제 겨우 주변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지고 이 동네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생각을 하면 정말 막막합니다.



백화점이 생기면서 그 주변 환경이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 더 나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희에겐 그것이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백화점 꼭대기 층에는 밑에서 바라봐도 창밖으로 놀이 기구가 보입니다.
무료로 이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담이 데리고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첫 돌때 도련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써 준 편지 입니다.

예쁜 글씨만큼 내용은 더 예쁜...
읽고 또 읽어도 눈물이 앞을 가리게 만드는 
도련님의 진심이 담긴 편지랍니다.

도담이는 돌잔치를 시댁에서 했습니다.
잔치랄 것 도 없이 그냥 식당 예약해서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대접이나 하려고 했는데
막상 이벤트도 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를 해주시니 잔치가 되어버리더군요.

돌잔치 다음날 도련님이 쑥쓰러워 하며 저에게 내민 주황색 봉투...
그 안엔 제법 많은 현금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도담이 돌이라고 반지도 해주셨는데...
한달 월급을 고스란히 다 쓰신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되었습니다.

아직 서로 서먹해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도련님 일이 3교대라서 얼굴 보기가 힘들 때도 많았는데
서로 표현은 못하고 지냈어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이란걸
다시 한번 깨달았답니다.

남편은 여태까지도 이 편지를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형 노릇 제대로 못하는 미안함에 차마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내용은 대충 이야기 해주었지만요^^;;

지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부모님도 도련님도 잘 챙겨드리지 못하는 못난 형수라서
도련님의 마음에 더더욱 고맙고 미안했네요.

" 그거 다 빚이야~ 나중에 돌려줘야 되는 거 알지? "
제가 도련님께서 주신 성의를 그냥 받아도 되는 건지
어머님께 말씀드렸더니 웃으며 하신 말씀입니다.
어머님도 이미 알고 계셨더라구요.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그렇게 밖에는 달리 보답할 길이 없지만
남편도 저도 가족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추석 전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 장만 하느라고 무척 분주했습니다.
일요일이라 교회도 다녀와야 했기에 더 바빴답니다.

저희는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그래도 전은 많이 부치는 편입니다.
홍어전, 깻잎전, 동태전, 버섯전, 꼬지... 등등
종류별로 조금씩 부치고 나면 세채반 정도 되는데
작은 어머님 말씀으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은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나마 도담이가 낮잠을 잘 자주어서
저도 허드렛일이나마 도와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남편은 오랜만에 만난 사촌 동생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사촌 동생들이지만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다 보니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 동생들이 심심해해도 놀아줄 거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명절날이면 늘 동생들을 극장이나 노래방에 데리고 갑니다.
그래서인지 도련님이나 아가씨나 남편을 무서워 하면서도 잘 따르는 편이랍니다.

" 우리 영화 보러 갈껀데 같이 갈래? "
막 도담이 젖을 먹이고 재우려는데 남편이 물었습니다.

" 가고 싶으면 다녀와. 도담인 내가 봐줄테니. "
마침 옆게 계시던 시어머님도 다녀오라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어머니께서 먼저 도담일 업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가보냐 싶어서 남편을 따라나서긴 했는데
극장에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저희가 보려는 영화는 최종병기 활...
가장 빠른 시간이 10시 반이었습니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히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도담이가 그때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저만 안피곤하면 보고 오라셨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 걸 아시고는 그냥 왔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남편에게 얘길 했더니 이왕 온 거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합니다.
그냥 맘 편히 먹고 재미있게 보고 가자구요.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남편도 아가씨도 도련님들도 모두 만족스러워했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새벽 1시...
작은 아버지만 아직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습니다.
조심조심 저희들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님도 도담이와 함께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저희들 소리가 들리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른 방으로 가시는데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잠든 도담이에게도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다음날 어머님께서 그러시는데
도담이가 좀처럼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밖에서 차 오는 소리만 나도 혹시 엄마, 아빤가 싶어 한참을 그쪽만 바라봤다구요.

그 얘길 들으니 마음이 더 짠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저에게서 안떨어 지려는 도담이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답니다.
그놈의 영화가 뭐라고... 극장에서 못보면 빌려봐도 되고 다운받아 봐도 되는 것을...

평소 매일같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보고싶은 프로그램도 맘편히 못보고
제 시간이란 걸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가끔은 허무하고 무기력해 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가고 싶던 극장엘 다녀와보니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쁨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마음과
어머니와 젖먹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저도 어느새 아이와 함께 하는 데 모든 것이 익숙해져 버렸나봅니다.
꼭 분신처럼...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면 불안하듯이 저도 꼭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나중에 도담이가 훌쩍 커버려서 더이상 엄마를 찾지 않을 때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너무나 아까운 이 시간들... 더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함께해주어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이번 추석은 주말이 끼었음에도 참 짧았습니다.
공휴일이 겹치지 않고 주말이 명절 연휴 뒤에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쉽기만 하네요.

"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서 부산까진 못갈 것 같은데... "
남편이 한달쯤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 하루 정도 휴가 못내? 멀어서 자주 가지도 못하는데 명절날이라도 봐야지. "
" 요즘 일 바쁜 거 알잖아... 휴가는 힘들어. "
" 그래두... 엄마, 아빠 서운해 하실텐데... "

제가 서운한 빛을 보이자 남편은 미안하다고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남편 속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맘에 걸렸던 저는
달력을 뒤적이다가 10월 3일이 월요일인 걸 발견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실테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친정은 10월 초에 가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추석 전날 친정 엄마께 전활 드렸더니 마침 남동생이 외박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음식 하는 거 도우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두분이서 적적하실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부산에서 일을 하니 멀리 살아도 수시로 친정엘 다녀가고
이번 추석에도 시댁 가기전에 친정에서 자고 갔다더군요.
잘되었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만 자식 노릇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죄송했습니다.

" 그러게 왜 멀리 시집을 가가지고... 미워~ "
엄마도 이해는 해주시면서도 많이 섭섭해 하셨습니다.

" 친정엔 언제가? "
함께 음식 장만을 하던 작은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 이번에 연휴가 짧아서 10월 초에 가려구요. "
" 그땐 그때고 명절날 친정엘 가야지~ 이렇게 안가버릇 하면 계속 못가. "

작은 어머닌 저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지만
아까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나서 저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 졌습니다.

그래도 명절은 즐겁게~~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담이가 아직 말도 못하고 애교도 부릴 줄 모르는데다 낯까지 가려서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담이 덕분에 어른들이 무척 즐거워 하셨답니다.
도담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죠~^^

추석날 저녁엔 이모님댁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도담이가 너무 심하게 보채서 저와 남편이 먼저 집으로 돌아 왔는데요
남편이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직접 하기엔 쑥쓰러웠던가 봅니다.

그렇게 남편이 못 찾아 뵈서 죄송하다고 명절은 잘 보내셨냐며
친정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 걸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저에게도 한마디 건넸습니다.
" 맏며느리 노릇 하느라 힘들지? 고맙고 미안해~ "
내가 뭐 한 게 있냐며 괜찮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이 확 풀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솔직히 좋은 시부모님 만나 시집살이도 모르고 사는 저이지만
그래도 명절을 지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명절날 고생하는 마누라 걱정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남편이 있어서
피곤함과 서운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 시할아버님은 몇년 째 병원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치매에 걸리신 시할아버님을 시부모님이 모시고 사셨는데
농사일로 바쁘신 두분이 돌보시긴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몰래 집을 나가셔서 길을 잃으시기도 수차례...
증상이 점점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을 시키셨답니다.

제가 결혼할 당시에도 할아버님은 병원에 계셨습니다.
장남인 남편을 유난히도 이뻐하셨던 할아버님은 지금도 늘 남편만 찾으신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남편 모습을 기억하시는 탓일까요?
막상 찾아뵈어도 못알아 보실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남편도 어색해서 할아버님께 말 붙이기를 어려워 하더군요.
저라도 좀 살갑게 해드리면 좋을텐데... 옆에서 멀뚱히 서있기만 합니다. ㅡ.ㅜ

할아버님 생신날...
고모 할머님 두 분을 모시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병실 밖에 나와 계셨습니다.
" 어머~ 오늘 반가운 손님이 올 줄 알고 계셨나봐요. "
평소엔 병실에서 잘 안나오시는 분인데 그날은 계속 병실 밖을 서성이셨답니다.

고모 할머님은 오랜만에 만난 오빠를 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 아유~ 손발이 왜이렇게 차. " 하시며 연신 만져 주시고
집에서 챙겨오신 복숭아랑 옥수수를 드시는 할아버님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

저희는 옆에서 또 멀뚱멀뚱...

병실에는 치매에 걸리신 분들 뿐 아니라 몸이 불편하신 어른신들과
어린 아이도 한명 있었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서 누워 있는 아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품에서 곤히 잠 든 도담일 보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두 스스로를 돌보시기 힘든 분들이라 간호사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쉴 새없이 왔다갔다...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시더군요.
그리고 저희들 앞을 지나실 때마다 할아버님께 말을 건네셨습니다.
가족들이 와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쓰는 듯 보였습니다.

그때 다른 병실에서 아주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나 안보고 싶었어? 난 보고 싶었는데... "
언뜻 소리를 듣고는 누군가 가족이 병문안을 왔나보다 했습니다.

슬쩍 그쪽을 바라보니 넉살 좋게 보이는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안기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장을 보니... 간호사 였습니다.

그 분이 복도를 지나다 할아버님을 보고는 손을 덥썩 잡으시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일이있어서 못나오다가 오랜만에 오신듯 했습니다.

" 아이~~ 손에 뭘 이렇게 묻혔어? 여기 ○○할아버지 응가 만졌는데? "
하시더니 위생장갑을 끼시고 물티슈를 가져와 손톱 밑까지 깨끗하게 닦아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데 순간 저는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사실 저도 할아버님 손에 뭔가 묻은 걸 보긴 했습니다.
근데 선뜻 닦아드리겠다는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ㅠ.ㅠ

저흰 가족임에도 그저 병문안차 잠시 다녀갈 뿐
그 잠시동안도 할아버님께 살갑게 못해드렸는데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맘이 없다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고모 할머님 두분도 간호사들이 좋아 보여서 한시름 놓으시는 듯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이렇게 할아버님 병문안을 다녀올 때면 마음이 많이 착잡합니다.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부모님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당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정 부모님...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면 세상에 금술 좋은 부부 하나도 안부러울 것 같은데
그동안 참 많이도 다투셨답니다.

매일 얼굴 맞대고 살 때는 잘 몰랐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가끔씩 뵐 때마다 두분 얼굴에서 세월이 지나는 흔적이 보입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진 속 모습처럼 늘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친정 엄마가 부탁이 있다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화상으로 보험 가입을 했는데 취소 좀 시켜달라구요.

엄마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서 폰으로 전화를 해서는
한달에 10만원에서 15만원 넣는 연금 상품을 소개했던 모양입니다.
월 복리로 만기에 엄청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우리 엄마...
거래하던 은행이니 별다른 생각없이 덜컥 가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화상으로만 가입을 한거라 영 찜찜했던가 봅니다.
통장에서 돈은 빠져 나갔는데 증권도 영수증도 못받았다네요.
(나중에 취소하고 나서 우편으로 받으셨데요~)

거기다 요즘 다니시는 공장도 잘 안되서 한달에도 몇일씩 쉬는 일이 많은데
사정이 그렇다 보니 그나마 받는 쥐꼬리같은 월급도 들쭉날쭉이라
고정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엄마가 ARS 상담 전화를 많이 어려워 하시니
본인이 아니면 취소가 안될 걸 알면서도 일단 제가 통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를 하니 비씨카드 보험 상담소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일단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취소 여부를 물었더니 취소는 가능하다며
해당 연금 보험 회사로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보험회사로 전화를 해서 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취소 절차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확인을 하고 취소를 해주겠다더군요.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한다거나 직접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다행이었죠.
그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보험회사랑 통화 했다고 그쪽에서 연락이 갈거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고맙다고 수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냥 끊었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엄마에게
요즘 사기전화가 얼마나 많은데 전화로 그런거 덜컥 가입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용돈도 제대로 못드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더 언성을 높였던 것도 같습니다.
엄마는 이제 다시는 그런거 안한다고 다짐을 하셨구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 장모님도 모르고 그러신건데 왜 짜증을 내?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 되지.
  나도 엄마랑 대화할 때 잘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심하자. 부모님께 잘못하는 거 있으면 서로 이야기 해주고... "

사실 남편도 성격이 급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어머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남편보고 뭐라고 했었는데 저도 다를게 없었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결혼 전에도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에 제가 언성을 높였던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편하니까 엄마니까 다 받아 주시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없이 굴고 말았네요.

전화 통화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엄마는 딸래미 전화세 많이 나올까봐 얼른 끊으시는데...
남편 말마따나 앞으로는 엄마랑 통화할 때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먹다말고 찍은 갈치찌개... 참 볼품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의 포인트는 가운데 살만 곱게 발라져 있는 갈치랍니다.

" 이거 나 먹으라고 놔둔거야? "
" 응. "
아침을 먹고 씻으러 가는 남편에게 알면서도 꼭 한번씩 물어봅니다.



남편이 알뜰살뜰 발라먹은 뼈들...
그 속엔 생선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선의 비릿함이 싫고 발라먹는 것도 귀찮아서 잘 안먹어요.
그나마 구운건 먹는 편인데 그것도 속살만 파먹는 나쁜 버릇이 있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는 제가 음식을 하니 싫어도 만지게 되고 먹게도 되더군요.
이젠 어느정도 적응이 되서 예전 보다는 잘 먹는 편이지만 
아직도 생선찌개를 하면 생선은 남편이 먹고 저는 국물과 야채 위주로만 먹습니다.

마누라가 잘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먹는 폼이 영 시원찮아 보였는지
언제부턴가 남편은 생선을 먹으면 가운데 살 부분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안먹을 수가 없답니다.

둘만 먹을거라 일부러 생선도 조금만 넣었는데 꼭 저렇게 남겨놓으니
한편으론 미안하면서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네요.

오랜만에 아침을 먹고 출근한 남편...

밤늦게 군것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 아침이면 속이 안좋다고 잘 안먹고
늦잠 잔다고 거르기 일수여서
저도 버릇처럼 잘 안챙기게 되었는데요

10키로 가까이 뺐던 살이 도로 찌는 바람에
다시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을 안먹는다니
이제부턴 아침에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달에 부산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다녀오기엔 먼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광안리에서 바닷 바람도 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답니다.

그런데 외박 나온다던 남동생은 갑자기 부대에 일이 터져서 못만나고
친구들 얼굴도 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연락도 못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제 친구들은 결혼 후에도 친정 가까이에 살아서
서로 왕래도 자주하고 출산 준비나 육아도 엄마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데
시집을 멀리 가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5월에 결혼한 친구는 조금있음 아이를 낳습니다.
그 친구는 친정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너무 가까이 있어도 탈이라고 처음엔 신랑이 좀 불편해 했다더군요.
하지만 신랑이 워낙에 붙임성 있고 성격이 좋아서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넘긴 것 같습니다.

엄마 편찮으실 때 자주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출산 준비나 쇼핑도 엄마랑 함께 다니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친정 엄마 생각에 미안한 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얼마전에 전화를 해서는 이사를 가야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신랑이 건축쪽 일을 하는데 이번에 승진을 해서 출장을 가게 될 것 같다구요.

출장 기간이 길기도 하고 곧 아이를 낳을 텐데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눈에 밟히겠냐며
저도 따라 가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정 엄마가 많이 서운해 하시겠다 했더니
안그래도 전화로 말씀을 드렸는데
처음엔 그냥 덤덤히 받아 들이시더 잠시후에 울면서 다시 전화를 하셨답니다.
너 멀리 가면 엄마는 어떻하냐시면서...

놀란 친구는 얼른 친정으로 달려 갔고
엄마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 우시는 걸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 엄마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다. 어린 애처럼 우시더라. "
" 그래... 많이 서운하셨나보다. 너도 같이 울었나? "
" 아니~ 나는 웃음이 나오던데... "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출장인데...
그리고 결혼한 남동생도 가까이 사는데 왜 그러시냐 했더니
모르겠다고... 딸래미가 멀리 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셨답니다.
남편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도 아무렇지 않으셨다는데 말이지요.

너 가면 누가 엄마 옷 입는 거랑 화장하는 거 신경 써주냐...
나는 너 이렇게 잠깐 출장 가는 것도 서운한데
니 친구 엄마는 다들 멀리 시집보내고 어찌 사시냐... 하시며
제 얘기도 하시더랍니다.

순간 마음 한켠이 저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혼할 당시 엄마가 멀리 가는 걸 무척 서운해 하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땐 여동생도 멀리 시집가는데 별말씀 없으시고
유독 저에게만 뭐라고 하셔서 오히려 저 서운한 것만 생각했었는데...

저는 친구처럼 엄마에게 살갑지도 외모에 신경을 써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엄마랑 얘기 하다보면 티격태격 할 때가 참 많았고
엄마가 잘못 생각한다 싶으면 제가 가르치듯 얘기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끔 하는 통화에서도 그랬네요.
그냥 맞장구 쳐주고 받아주고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요.

어릴땐 늘상 함께 가던 목욕탕도
크고 나선 엄마가 같이 가고 싶어하는 걸 알면서도 잘 안갔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까요?

그래도 저는 엄마에게 맏딸이었나 봅니다.

함께 목욕 하면서 속내도 털어놓고...
아빠랑 다퉜을 때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하소연도 하고...
때론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엄마에게 있어서 맏딸은
어쩌면 장남보다도 남편보다도 더 큰 존재가 아닐런지요?

Posted by 연한수박


얼마전에 칼스버그님(http://blog.daum.net/myfoods)께서
말복에 오리고기를 보내주는 이벤트를 하셨습니다.

오리고기로 지은 사행시를 댓글에 남기는 거였는데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참여를 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운이 없는 편이라 전혀 기대를 안했는데요
그래서 당첨 소식이 더더욱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ㅋㅋ
역시 마눌뿐이라며 비행기도 태워줬네요 ^^;;

그런데 오리고기 배송이 말복날 맞춰서 온다고 해서 그게 문제였습니다.
말복날이면 저희는 시댁에 있을텐데
몇일 묵었다 올거라 경비실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댓글로 이런 상황이라고 여쭈었더니
칼스버그님이 그럼 시댁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왜 전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암튼 그렇게 오리고기는 시댁으로 배달이 되었습니다.





배달된 오리고기입니다^^
오리로 만든 너비아니와 통오리 바베큐~~~
친절하게 위생장갑도 함께 보내주셨더군요.



크기는 요정도??
좀 작아 보이는 듯 했으나 막상 뜯으니 제법 양이 많았습니다.






어머님이 이쁘게 썰어서 먹을 만큼만 접시에 담아주시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랩을 살짝 씌워 전자랜지에 1분!!!



먹음직스런 오리고기로 말복날 아침 식탁이 더욱 푸짐해졌습니다.^^

어머님도 어떻게 이런거에 당첨이 되었냐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답니다.
그런데 이런거 얼마나 한다고 사올 생각을 못했나 싶어서
한편으론 무척 죄송스러웠네요.

월요일엔 전날 야간 근무를 하고 오셔서 늦게 일어나신 도련님 점심을 차려드리는데
저희가 어머님 아버님과 먼저 식사를 한 후라 찌게도 거의 다먹고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얼른 먹고 가셔야하는데 시간도 없고...
마침 냉장고에 넣어둔 오리고기가 생각나서 한접시 데워 드렸네요^^

이웃님 덕분에 맛있는 오리고기도 먹고 칭찬고 듣고...
시댁에서의 휴가가 더욱 즐거웠습니다.

칼스버그님~~ 감사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언젠가 이웃인 주근깨 토깽이님 블로그에서 글을 도용당했다는 포스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 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이쪽으로...http://blog.daum.net/ho-ho99/269 )
당시 주근깨 토깽이님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는지 글을 읽으며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설마... 나에게도 이런일이 생길까...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음 뷰에서 육아 관련글을 보던 중에
몇일 전 제가 올렸던 글 제목과 거의 비슷한 글을 발견했답니다.
제 글 제목에 앞부분만 덧붙여 놓았더라구요.

어떤 글일까? 설마... 아닐거야... 그러면서 조심스레 클릭을 했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제가 올린 글에서 도담이 이름과 사진만 쏙 빼놓구
글은 조금 요약하긴 했지만 거의 그대로... 다른 사진과 함께 올렸더군요.

이렇게 글을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출처는 밝혔겠지...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런 흔적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몰라서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습니다.

남편도 얘기를 듣더니 화를 냅니다.
무슨 그런 사람이 다 있냐고 당장 신고하라구요.
그리고 그 글은 삭제 요청을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전 신고까지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 블로그가 특정 주제만을 다루는 곳이고 좋은 의도로 만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운영자가 한순간의 실수로 이런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글 삭제 요청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 그렇게 얘기했더니 그럼 일단은 그 사람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서
뭐라고 답변이 오는지 봐서 다시 결정을 하자고 했습니다.

댓글을 남기러 다시 들어가 보니... 그 글에 방문자 수가 1500명이 넘었습니다.
제가 그 글을 썼을 땐 500명 정도였는데요
남편이 그걸 보더니 하는 말이 제목을 잘 지어서 그런거라며 저보고 이런 건 배우라고 합니다.
사진도 글에 어울리게 적절하게 잘 넣었더라구요.(ㅡ.ㅡ;;)

암튼 그분에게 양해를 먼저 구하고 글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적어도 출처는 밝혔어야 하지 않느냐는 내용으로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답글이 달렸습니다.
먼저 그런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특정 주제로 글을 올리다 보니 소재가 너무 없어서 그랬다고요.
확인을 해보니 그 글 상단에 출처도 밝혀 주셨습니다.
남편도 그럼 됐다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당시에 제가 그 글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평생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글임이도 이렇게 도용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쩌면 또다른 누군가가 제 글을 몰래 가져다 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뜩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이는 글도
쓰는 사람은 몇시간씩 공을 드리기도 합니다.
저 역시 글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걸 가져다 쓰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하지만 자신의 글이 어디서 어떻게 쓰여지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서로서로 예의를 지키는 수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 글 도둑맞은 기분...
아끼는 물건 도둑맞은 기분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