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남편 후배 결혼식도 있고 회사일로 전주에 갈 일이 있다기에
저도 함께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결혼식에 저와 도담이도 따라 나섰는데요
전주 월드컵 경기장내 예식장은 근사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공간이 넓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식사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남편이 아끼는 후배여서 더욱 기쁜 마음으로 결혼을 축복해주고 시댁으로 돌아왔는데
남편은 또 일때문에 다른 후배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저녁 때쯤 어머님이 외식을 하자시는데 남편은 일이 늦어질 것 같다고 해서
시부모님과 저, 그리고 도담이 그렇게 넷이서만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밤 10시가 넘어서야 들어온 남편은 저녁을 못먹었다고 하더군요.
저녁을 먹으면 일이 더 늦어질 것 같아서  안먹었다구요.

어머님은 피곤하셔서 일찍 잠자리에 드셨는데
남편 오는 소리에 밥은 먹었는지 부터 챙기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남편 피곤도 하고 밥 생각이 별로 없다더군요.
그래도 허기가 질 것 같아 저는 간단히 과일이라도 먹으라고
바나나 두 개랑 배를 깎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영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는지
다시 일어나셔서 밥을 챙겨 주려고 하셨습니다.

사실 다음날 새벽에 일찍 집으로 출발할 계획이었는데요
그럼 아침도 못먹고 갈텐데 아주 먹고 자라구요.

밥솥에 찰밥을 해놓은 게 있었는데 남편이 안먹는다고 하니
밥을 새로 해서 차려 주려고 하셨습니다.

" 어머님 두세요. 제가 챙겨 줄게요. "
그렇게 제가 상을 차려 주었더니 꽃게탕이랑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남편...

어머님이 저보고 뭐라 하신 것도 아닌데
괜히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 밥도 안챙겨주는 며느리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역시 어머니가 자식을 챙기고 생각하는 마음은 다르구나 싶더라구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엄마니까 그런 거라고,,,
제가 도담이 밥 안먹으면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하는 거랑 같은 거라구요.

평소에도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가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어머님이 저희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더 깊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답니다.

간혹 시어머니의 지나친 자식 사랑으로 고부갈등이 빚어지는 사례를 보곤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감정이 쌓이다가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까지 이르기도 한다더라구요.

사실 전 어머님이 저를 많이 봐주시는 편이지만^^;;
엄마의 마음과 아내의 마음이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서로 노력한다면
그러한 갈등을 어느정도 해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두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시어머님이 몇 일전 약 지으러 가셨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그게 엊그제 도착을 했습니다.

 " 정성스럽게 잘 챙겨 먹어라. "
잘 받았다고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지난 추석 때 시댁에 내려가기 전날...
제가 너무 심하게 체해서 오바이트까지 하고
내려가는 날엔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질 못했더랍니다.
거기다 눈은 실핏줄까지 터져서 시뻘건 상태로 시댁에 갔습니다.

얼굴이 왜그렇게 빼쪽해 졌냐... 눈은 또 왜그러냐...
걱정스럽게 바라보시며 물으시는 어머니...
체해서 그런가 보다고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영 마음이 안놓이셨나 봅니다.

제가 워낙에 소화를 잘 못시켜서 자주 체하는데요
일부러 식사때 천천히 먹는데도 잘 안고쳐 지더라구요.

작년에 아이낳고 몸보신 제대로 못했다고 금산까지 데리고 가셔서 보약을 지어 주셨는데
암튼 그거 먹고 한동안은 체기가 많이 가셨었답니다.

" 그때 먹은 보약 한번 더 먹어야 겠다. "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니 이렇게 또 보내 주셨습니다.

저희가 부모님께 해드려도 모자랄 판에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하니...
결혼 전 처음 인사 드리러 갔을때 부터 제가 약해 보인다고 맘에 걸려 하셨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고 죄송스럽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
' 새아가 사랑해 ' 하고 보내주신 어머님 문자가 생각납니다.

당시엔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이 참 낯설고 어색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머님의 사랑을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있네요.

아직 저는 시부모님께도 친정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 아들에겐 자주 하면서도
다른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겐 그 말이 참 부끄럽고 어색하더라구요. ^^;;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다 갚을 순 없겠지만
' 사랑합니다 ' 말 한마디라도 진심을 담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잘 안되네요.

말이 힘들면 글로 라도...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봐야 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태어나던 날...
소식을 듣자마자 시어머니는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손녀인줄 알고 계셨는데 손자라고 하니 크게 내색은 않으셨지만 더 기쁘셨을거에요~

남편 말론 병원에 입원해있는 이틀동안 수시로 가셔서 손자 얼굴을 보시며 흐뭇해하셨다더군요.
산후조리원에선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어 많이 불편해 하셨구요.

조리원에서 나와 시댁에서 한달 남짓 지내는 동안엔 도담이 목욕도 어머님이 다 해주시고...
교회에 데려갔을 때도 여기 저기 자랑하고 싶으셔서 안고 다니셨답니다.

주위에 친지분들이 많이 계셔서 자주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농사일로 한참 바쁠 때는 일 도와주시는 분들께 집에서 식사 대접도 하고 그랬어요.
도담이 태어난지 한달도 안되었을 때지만
집에 사람들 오는 거 싫어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도담일 더 보여주고 싶어하셨습니다.

가끔은 손님들 때문에 너무 소란스러워 도담이가 잠을 잘 못자기에 제가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이었고 다들 도담이가 보고 싶어서 오신거라 기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손자를 대하는 행동이나 마음은
다들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아래층에 같은 교회에 다니는 언니가 두어달 전에 출산을 했습니다.
평소 안면은 있어 만나면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하루는 엘리베이터에서 언니 남편을 만났습니다.
애기는 잘 크냐며 인사를 했더니 아무때고 보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도 궁금하고 주위에 친구도 없고... 잘됐다 싶어 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 반갑게 받아주던 언니... 마침 아이도 깼으니 잠깐 다녀가라 했습니다.
그래서 도담일 데리고 내려갔지요.

도담이랑 1년정도 차이가 나는데 어쩜 그리도 작은지...
아기가 참 이쁘고 신기했습니다.
거기 비하면 울 도담인 어린이 같았죠~

한시간정도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는
집으로 돌아와 도담이 낮잠을 재우고 저도 옆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문자 봤냐고... 미안하다고... ???
잔다고 문자를 못봐서 미안하다는 언니 말에 무척 당황스러웠는데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니 좀 더 크면 그때 놀러 오라고 했습니다.

언니가 갑자기 그러는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돌아가자마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고
언닌 별 뜻없이 방금 위층에 사는 애기 엄마가 다녀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럼 애기도 같이 왔을텐데 아직은 위험하지 않냐며 야단을 치셨답니다.

시부모님이 연세도 적지않으신데다 첫 손자라 무척 신경을 많이 쓰시는 모양이었습니다.
100일이 지나기 전까진 바깥 출입니나 손님들 오가는 거에 조심을 하라고 당부를 하셨다네요.
특히 아이들끼리는 더 질병이 잘 옮으니까 조심하라고요.

언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내 미안한 빛을 비췄는데요
시부모님이 연락없이 불시에 잘 들르신다며
괜히 저까지 안좋은 소리 들을까봐 문자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저도 도담이 신생아땐 무척 신경이 많이 쓰였기 때문에 이해는 하면서도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언니네 시어머님이 좀 유별나시단 생각도 들었구요.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랬네요.
늦게 보신 손자라 더 그러시겠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엄마들은 육아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해
임신중에 이미 머릿속으론 아이를 키워봤다 할 정도로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와 직접 아이를 키워보신 어른들의 경험은 다른 점이 많지요.
그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도 있고
덕분에 요즘은 할머니들도 육아 공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손자를 대하실 때 당신의 경험대로 하시려는 시어머니와
요즘 엄마들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시는 시어머니...

애기 엄마의 입장에선 후자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느 쪽이든 갈등이 생기긴 마찮가지 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 수요일은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한달만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그새 아기가 많이 컸더군요.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얼굴은 물론 팔과 다리까지 보였어요.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이제 다 컸구나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랑님께 전화를 해서는 우리 아기가 얼마나 컸는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흐뭇하게 웃으며 신기해 하던 우리 신랑... 동영상 CD도 받았는데 그거 보면 더 신기해 하겠지요?

 

교회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더니 신랑님이 또 전화를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서울에 검사 받으러 오셨는데 끝나면 집에 들르신다고요.

 

결혼하고 시어머니가 집에 오시는 건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빨래랑 청소부터 했습니다. 아직 집정리가 제대로 안되서 너무 어수선데 오시면 분명히 뭐라고 하실 것 같았어요.

 

거기다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막막 그자체 였습니다. 오시는 시간을 몰라 나갈 수도 없고 장봐둔 것도 없고 요리는 더 자신이 없었습니다.

 

우선 밥은 해뒀고 국은 멸치 다싯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도시락 반찬 하려고 사둔 오징어채를 양념장에 볶고 냉동실에서 생선 두마리 꺼내 구웠습니다. 이 생선은 얼마전 시댁 갔다가 가져온 것 이랍니다.

 

혼자서 안절부절 그러고 있는데 드디어 시어머니가 오셨습니다. 도련님도 함께요. 양손에 뭘 잔뜩 가지고 오셨는데 저 요리 못하는거 아시고는 꽃게랑 갈치랑 해주시려고 사오신 것 같았습니다.

 

오빠 오는 시간에 맞춰서 어머니께서 꽃게탕을 끓이셨습니다. 오빠가 꽃게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갈치랑 나머지 꽃게랑은 일일이 다듬어서 냉동실에 넣어 주셨어요.

 

어머니께서 담아 주신 김치에 제가 끓인 미역국에 꽃게탕까지...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오랜만에 여럿이서 식사를 했습니다. 늘 혼자 먹다가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었어요~~

 

시어머니께 직접 밥을 해드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 성의 없이 한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맛있게 잘 드셨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저희 어머니 참 좋은 분이시죠?

 

 다음에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리려면 앞으로 요리 연습 부지런히 해야겠어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