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1. 9. 21. 07:10


서울서 전주까지... 안밀리면 2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를
명절때면 5시간 이상씩 걸리니 늘 남편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도담이 때문에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요
지난 추석엔 큰맘 먹고 버스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김포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혹시 좌석이 없을걸 대비해 남편이 일찍 퇴근을 하고 왔습니다.

최대한 짐은 간편하게...
커다란 여행가방 하나에 도담이 짐, 저희들 짐 할 것 없이 모두 구겨 넣고
급하게 쓰일 물건들만 기저귀 가방에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은 금방 자다 깨서 얼떨떨한 상태였던 도담이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여행가방 위에 앉혔는데요
그길로 도담이는 공항까지 가는 내내 여행가방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ㅎㅎ

택시를 타려고 잡았더니 김포공항 간다니까 그냥 쌩~~ 가버리시고
저희는 그냥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 아이구... 나도 한번 밀어보자. "
지나가던 왠 아저씨가 대신 밀어주겠다며 다가서는데
흠칫 놀란 저희 남편은 옆으로 얼른 피하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걷고 싶어서 매일 나가자던 아이가
걸어가자 내려 놓아도 싫대고, 안아줘도 싫대고 한사코 가방만 타겠다고 하니
보는 저는 재미있었지만 운전수 노릇 해야하는 남편은 무척 힘들었답니다.



구부정한 자세로 아이까지 태운 가방을 밀고 다니려니 허리는 아프고
지나가는 사람들 꼭 한번씩 쳐다보니 부끄럽고 민망하고...
차 운전하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더군요 ㅋ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

제법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서
혹시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5시에 도착한 전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4시간 동안 
도담이는 울지도 않았고 심하게 보채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도 않았습니다. ㅡ.ㅡ;;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자 마자 여행가방을 보더니 또 태워달라는 도담이 ^^;;
마중을 나온 시부모님도 그 모습을 보시고는 배꼽을 잡으셨습니다.
" 그걸 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가 있어?! 허허허 "

이렇게 버스 여행의 첫 도전은 별 탈 없이 성공적(?)이었다 말할 수 있겠지만
다음 번 명절에도 버스를 이용할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카시트 태워서 가는 게
도담이도, 저도, 남편도 더 편하다는 생각이 간절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에 부산에 있는 친정에 갈 때는 비행기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비행기로 1시간, 버스로 1시간~ 두시간이면 친정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묵혀만 두고 있던 마일리지로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었답니다.

엄마는 신혼여행 때 처음 타본 비행기를
우리 도담이는 두돌도 되기 전에 타보는군요.
부디 그 때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다녀오길 빌어 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8. 6. 06:35


♡ 2011년 6월 17일 ♡

언젠가 남편 선배네 놀러 갔다가 걸음마 보조기라는 걸 봤습니다.
도담이보다 3개월 빠른 선배네 아들...
당시에 9~10개월 정도였는데 걸음마 보조기를 밀면서 잘도 걸어다니더군요.
걸음마 보조기... 참 탐나는 물건이었습니다.

" 오빠~ 우리 도담이도 저거 있으면 좋겠다. "
" 아직 못걷잖아... 나중에 봐서 사던 빌리던 하자. "
그랬는데 도담인 돌이 지나도 걸을 생각을 안했습니다.

12개월에 홀로서기를 터득한 도담이는
15개월쯤 되서야 한발 두발 떼기 시작했는데요
걸음마 보조기는 사주지 않았습니다.
더 훌륭한 걸음마 보조기가 있었거든요~ ㅎㅎ

친정이나 시댁에 갈 때마다 사용하는 여행가방을
집에선 도담이 못나가게 하는 울타리로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도담이가 그걸 끌고 다니면서 걸음마 연습을 하더라구요.

그 모습이 잼있다고 남편이 동영상을 찍어두었네요^^
제 몸보다 큰 여행가방을 밀고 다니며 너무 신나합니다.

16개월에 접어든 우리 도담이...
이제는 여행가방 도움 없이도 곧잘 걸어다닙니다.
아직 비틀비틀 많이 서툴긴 하지만요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3. 1. 06:30
아이가 생기니 몇일씩 어디 가려고 하면 짐이 한가득~ 이전보다 배로 늘어난 것 같습니다. 싸고, 싣고, 내리고 하는 것도 큰 일이 되버렸네요. 

지난 설연휴 때... 저는 도담이와 2주 정도를 시골에 있을 계획이어서 짐이 더 많았습니다. 남편이랑 제 짐에 도담이 물건들까지~ 짐을 챙기면서도 빠진 게 있지는 않을까 몇번을 확인하고 체크하고... 안그래도 더딘데 거기에 도담이도 한몫 단단히 했습니다.


짐을 싸려고 여행가방을 열어 놓았더니 도담이가 떡하니 버티고 앉아서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 설마 너까지 싸라는 건 아니지? '


어쩜 저렇게 사이즈도 딱 맞는지... 순간 뚜껑을 닫아 보고 싶은 위험한 생각까지 했더랍니다.


가방 끈을 만지작 만지작... 그러면서 좋다고 웃는 도담이^^
' 도담아~ 이제 그만 나올 때가 되지 않았니? 엄마 짐싸야 되는데... '


' 도담아~~~ 제발... 플리즈... T_T '


' 아~~ 드디어 나가는 구나^^ ' 했더니...


이번엔 뚜껑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ㅇㅎㅎ;;;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서야 가방에서 나온 도담이... 그 틈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넣으려는데...


그걸 본 도담이가 후다닥 기어와서는 빈 자리에 쏙~ 들어 앉았습니다. 
마치 거기가 제 자리인 것 마냥 ㅋ



가방 속 세상과 바깥 세상에 한 다리씩 걸치고 갈팡질팡 하는 도담이^^
이런걸 양다리라고 하지요? 


오랜 갈등 끝에 도담이가 선택한 곳은 역시나 바깥 세상이었습니다 ㅎㅎ;;
대신에 토끼 인형 하나를 가방에 넣었네요.^^
" 엄마! 얘도 데려 가요~ "
" 그래^^ 데려 가자~ "

(결국 이날 남편 퇴근 시간 전까지 짐을 다 못싸서 예정보다 늦게 출발 했습니다.
남편은 왜 미리 안챙겨 놨냐며 뭐라고 하는데 도담인 모른척~ 그저 밖에 나간다고 좋아라 했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