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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3 수학여행 같은 일정에 깨져버린 첫날밤의 환상 20
결혼한 지 벌써 3년차...
언제 세월이 이렇게 지나버렸는지요.

돌이켜 보면 좀 더 신혼을 맘껏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참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도담이를 낳은 걸 후회하는 건 아니구요
도담이가 뱃속에 있을 때 여행도 좀 다니고 영화도 실컷 보러 다닐걸~~
뭐... 그런 아쉬움이랍니다.

남편이 신혼여행 만큼은 해외로 나가겠다고 고집한 이유가
결혼 하고 나면 언제 또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거였는데요

제주도에서 편안한 여행을 즐기고 싶었던 저를
남편은 거긴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다며 설득 시켰지만
결혼생활을 해보니 이것저것 걸리는 것도 챙길 것도 많아서
그 마음이란 걸 먹기가 참 힘이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신혼여행을 해외로 다녀온 건 잘 한건가요^^?



저희는 신혼여행을 이태리로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도 처음 타는데 해외여행이라니... ㅡ.ㅡ;;
여행가방 싸는 것도 정말 큰 일이었습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
빠뜨린 건 없는지 수시로 챙기기 바빴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조금씩 신혼여행을 간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하자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콩닥콩닥~~
결혼식을 치른 피곤함도 다 잊었답니다.



처음 타 보는 비행기라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인데요
무려 12시간을 타고 가야 한다니 혹시나하는 마음에 멀미약 부터 사먹었습니다.
그런데... 7시간 후에 또 먹어야 한다고 ... ㅡ.ㅡ;;



드디어 비행기 탑승~~




치약이 들어 있는 칫솔에 안대, 양말, 담요까지...
수시로 제공되는 음료에 식사까지 나오고...

비싼 비행기 값에 다 포함된 서비스겠지만
저에겐 모든 것이 신기했답니다. ( 촌사람이라 놀려도 어쩔 수 없네요 ㅋ )



12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밀라노 도착!

중간에 기류 이상으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을 땐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도 떠오르고... 정말 무서웠답니다.



저희 일행 뒷모습^^
총 31명인데 그 중 신혼부부는 저희를 포함해서 5쌍이었어요.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는데 성지순례차 오신 것 같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일정...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전용버스를 타고 가면서
멀리서 공항 모습도 담아보았습니다.




밀라노의 첫인상은 참 깨끗한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건물들과 도로 위를 다니는 전차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긴 이렇게 한가롭게 보이지만
유명한 유적지 앞은 관광객들로 무척 많이 복잡했답니다.




비토리오 임마누엘레2세 회랑



레오나르도의 조각상



두오모... 이태리에서는 성당을 두오모라고 부른답니다.
밀라노에 있는 이 두오모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라네요~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어찌어찌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밤 10시경이었나 봅니다.
( 일정표를 보니 그러네요 ㅋ )
호텔도 참 아담하니 깔끔했습니다.

특이 했던 건 욕실이었는데요
변기와 비데가 따로 설치되어 있고
욕실과 거실의 바닥 높이가 같은데다 턱도 없었습니다.

샤워 공간은 마련되어 있는데 욕조가 없어서
물이 넘쳐 거실 카펫이 젖으면 변상을 해야한다는 가이드님 말씀에
샤워할 때 마다 무척 조심스러웠답니다.
(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건 그 후에 묵었던 호텔들은 욕조가 있었다는 거... ^^;; )



비행기에서 자고 버스에서 자고... 그래서 머리도 저리 떡졌는데...
그래도 너무너무 피곤해서 빨리 드러눕고만 싶었습니다.

평소같으면 아마 정말 그냥 저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을 테지만
그래도 명색이 첫날 밤인데...

그래서 둘 다 샤워를 하고 났더니 시간이... ㅡ.ㅡ;;
거기다 다음날 기상 시간이 5시 반~~

서로의 저질 체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골아 떨어지고...

달콤하고 로멘틱한 첫날밤은
그저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오는 환상일 뿐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바라본 호텔 풍경~~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반면에 저희들이 묵은 방은... ?!
널린 옷가지들과 짐으로 무척이나 어수선했네요 ㅎㅎ;;




당시 이태리 여행 일정표입니다.
신혼여행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빡빡합니다.

여기저기 유적지 찾아다니느라 쉴 틈도 없고...
겨우겨우 사진 찍을 시간 정도만 주어졌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가이드 아저씨의 이태리 역사 강의가 있었는데
남편은 너무 좋았데요^^;; 저는 잠만 잤네요 ㅋ




부츠 모양의 이태리 지도...
저기 주황색으로 표시된 부분들이 저희들이 다녀온 곳이랍니다.

이태리를 거의 둘러보고 왔다고 해도 될 것 같네요 ㅎㅎ;;
수학여행 때도 일정이 이렇게 빡빡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남편도 아마 이정도일 줄은 예상 못했겠지요.

신혼여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설레고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조금 여유롭게 보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