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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4 우리나라 존댓말 문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 10


사람들은 꼭 격식을 차려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몇 번 만나서 친분이 쌓였을 때 자연스레 말을 놓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 부터 통성명을 하면서 말을 놓기도 합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저에게는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그랬습니다.

저는 동갑이거나 어린 친구가 아니면 1살이 많아도 존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보니 저 혼자만 존대를 하고 있더군요.


같은 사무실에서 언니 동생처럼 편하게 지내다 보니

10살이 넘게 차이가 나도 서로 자연스레 말을 놓더라구요.


옆에 친구도 언니들에게 말을 놓는데

저만 존대를 하는 것이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말을 놓는 건 더 어색해서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직장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별로 문제시 되진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생활을 하면서는

교회가 저에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한 동네에 많이 사시니

오며가며 가깝게 지내게 되고 적응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교회 구역 모임 식구 중에 저보다 어린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는 교회생활도 오래 했고 주윗분들과도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은 언니들과는 편하게 말을 놓고 지내더군요.


하루는 저와 둘이만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예고없이 그냥 말을 놓더랍니다.

저도 덩달아 말을 놓긴 했지만 당황스럽기도 하구 그 상황이 무척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부터는 더 편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두 살 많은 한 언니도 저보고 편하게 말을 놓으라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말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니가 얘기를 꺼냈을 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답니다.


한 살 많은 남편에게도 말을 놓는데까지 1년이 넘게 걸린 저...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그게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말 놓고 편하게 지내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하라면 못하고... 왜이리 불편하게 사는지...


남편은 괜찮다고 오히려 저의 이런 면을 좋게 생각한다고 위로를 해주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가끔은 존댓말이란게 없으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