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쯤에 친구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예정일은 10월 이었는데 아이가 너무 커서 미리 유도분만을 했답니다.

자궁문은 다 열렸고 아이 머리도 보이는데 더이상 진행이 안되자
간호사 세명이 친구 배를 눌러서 겨우겨우 자연분만을 했다는군요.
태반이 나올 때도 문제가 있었던지 피가 온 병실에 다 튀었다고 합니다.

워낙 활동적인 친구라서 운동도 많이 했다는데...
유도분만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친구가 산후조리원으로 옮겼을 때
남편이랑 도담이랑 같이 아기를 보러 갔었습니다.
역시나... 아들이라 그런지 아빠를 많이 닮았더군요.

우리 도담이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신생아는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한 것 같습니다.

그 후론 서로 연락을 못하다가 한 달쯤 지나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애 낳고 엄마들이 왜 우울증에 걸리는지 알겠다며
조리원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집에서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보니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억세서 안고 달래기도 힘들고
응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용을 쓰다가 열이오르니
온몸에 울긋불긋 열꽃까지 피었답니다.

처음엔 아이가 어디 아파서 그런가 했는데
아는 친지분이 애가 좀 유별나서 그렇다며 시원하게 해주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보일러도 못돌리고 한번씩 거실문을 열어놓는데
친구는 옷을 껴입어도 춥답니다.

밤에 아이가 울어서 달래도 안그치니 남편도 짜증을 내고...
그렇더라도 남편이 옆에 있어야 친구가 힘들 땐 대신 아이를 봐주기도 할텐데
몇일 안있어 장기 출장을 가버렸답니다.ㅜ.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정이 가깝다는 건데요
친정 엄마도 직장 생활을 하시니 저녁에나 잠깐씩 봐주시는 듯 했습니다.

하루는 새벽 4시에 애가 울어서 깼는데 너무 힘들어서 엄마를 불렀답니다.
신기하게도 할머니가 안고 얼러주니 울음을 뚝 그쳤다네요.

아이한테 시달리느라 지쳐 쓰러져 잠든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다음 날엔 일부러 일찍 마치고 오셨다고 합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밥도 대충 미역국에 말아서 먹는데 그것도 아이 달래느라 팅팅 불도록 못먹고...
그러다 어느순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한숨이 나왔답니다.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걸 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화장은 둘째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보니
자기 자신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군요.

그나마 친구가 잘 견뎌내서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아 너무 다행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밤낮이 바뀌었는데 혼자선 감당도 안되고
매번 엄마한테 연락하기도 죄송스러워 아예 친정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저도 순간순간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너무 멀어서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었지요.
그래도 친구 아이에 비하면 우리 도담인 많이 순한 거였네요~

자기도 이제 엄마이면서
엄마들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고 말하는 친구...
저도 도담이를 낳고서야 그걸 깨달았었죠~

어릴 땐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고
처녀땐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결혼을 해보니 부모가 되어야 정말 어른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서도 뭔가가 어설픈 것이...
저는 할머니가 되어서야 어른이 되려나봅니다.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 22. 11:25

 
2010년 4월 2일 오전 7시 56분
드디어 우리 도담이가 태어났습니다.
 
몸무게 3.55kg ^^
건강한 남자 아이입니다.
 
분만 직후 선생님께서 " 아들입니다. " 하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남편도 순간 무척 당황을 했었습니다.
 
막달쯤 딸이란 얘기를 듣고 옷이랑 싸게랑 모두 핑크로 준비를 했는데 아들이라니...
요즘에도 이런 일이 다 있네요~
아마도 우리 도담이가 모두를 놀라게 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
 
부모님들도 아들이란 말에 당황스러워 하셨지만 은근히 더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배가 고파서 그런가...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보기만해도 안쓰러웠습니다.
 
신생아실에서 부를 때 마다 수시로 가서 젖을 물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니 모자동실을 할 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슴이 작아서 모유 수유를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가 잘 먹어줘서 젖이 잘돌아 지금은 오히려 젖양이 많아 걱정입니다.
 

 
아빠를 쏙 빼닮은 우리 도담이...
건강하게 태어나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남편도 볼때마다 신기하다고... 너무너무 이쁘다고 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 22. 11:24

2010년 3월 16일 화요일

도담이 나이... 38주 5일

 

이번엔 병원에서 내진을 했습니다.

친구 말이 많이 아프다기에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 금방 끝나더라구요~

조금 아프긴 했지만 참을만 했어요.

 

아이 머리 위치도 좋고 제 골반 상태도 좋아서 잘 낳을 것 같다는 선생님 말씀에 두려운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습니다.

 

도담이 몸무게가 3.3Kg... 좀 큰거 아닌가 싶어 여쭈었더니

선생님도 제 배만 보고 좀 적게 나갈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평균치라고 하니 다행이지요?

 

그런데 친정 엄마, 시어머니 두분 다 애 몸무게 얘길 듣고는 그렇게 크냐며 걱정스런 빛을 보이시네요.

신랑도 놀라는 눈치구요... 더 안크게 음식 조절을 해야 하는거 아니냐면서...

3.3 이면 좀 큰 편인가요?

 

지금 상태론 거의 예정일에 맞춰서 출산을 하게 될 것 같은데요

호르몬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니 혼자 외출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하루하루 날짜는 가고 배는 점점 더 묵직해 지는데 진통은 언제쯤 오려는지...얼마나 아플지...

진통이 오고 출산 하기까지 초산이면 10시간도 더 넘게 걸린다는데 잘 참을수 있을런지...

 

마냥 기다리고 있자니 두려움만 더 커져서 차라리 빨리 낳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주말에 진통이 오면 좋겠어요.

신랑이 함께 있을 때... ^^;;

 

어제 담당 선생님 블로그에서 출산에 관련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갓 태어난 아가의 모습, 신생아실에서 검사받는 모습, 엄마 품에서 젖을 빠는 모습...

그걸 보고 있으면서도 제 품에서 젖을 먹는 도담이 모습이 상상이 안되더군요.

 

이제 곧인데...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이 안나네요.

두렵고 떨리고 무섭고...하지만 그 시간들은 금방 지나가겠지요.

도담이를 만날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설레입니다.

 

우리 도담이... 10달을 꼬박 엄마 뱃속에서 지냈는데 얼마나 나오고 싶을까요?

이제는 엄마 뱃속이 비좁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네요^^;;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4월 1일 오후 2시경...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그런데 이게 진통이 맞어? 싶을정도로 정말 살살 아팠습니다.

규칙적인걸 보면 긴것 같기도 하고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아프다는데... 그럼 아닌가? 그러고 있는데

밤 9시쯤 부터는 5분 간격으로 아파왔습니다.

그래도 참을만 합니다.

 

병원에 전활 했더니 한번 와보라기에 11시쯤 남편과 함께 분만실로 갔습니다.

자궁문은 2cm 정도 열렸는데 1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진행이 되지않아 다시 집으로...

그런데 새벽 2시쯤 되니 걷기 힘들 정도로 아파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병원으로...

 

바로 입원을 하고 관장을 했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진통...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아픔을 어쩌지 못해 몸부림을 쳤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남편이 간호사를 불러왔습니다.

내진... 자궁문이 반이상 열렸다고 무통주사도 소용없을 거래서 그대로 진행~

간호사가 시키는데로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자궁문이 다 열리고 아이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자 분만실로 이동...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고 다시 힘주기를 몇 차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진통은 사라지고

4월 2일 오전 7시 56분에 저는 아이를 낳았습니다.

 

두려움이 너무 컸던 탓일까요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출산을 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초산인데 빨리 낳았다고 하시더군요.

 

임신을 하면서 유난히 잠이 많아졌던 저는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하루에 몇시간씩 낮잠을 자고 밤에 또 자고 그래도 늘 피곤했어요.

동네 놀이터 산책은 정말 어쩌다 한번씩

그나마 꾸준히 했던 건 1층부터 12층까지 하루 한두번씩 오르내리기 였습니다.

 

예정일은 지났지 아이는 제법 크지 운동은 못했지...

초산때는 10시간 20시간도 진통을 한대서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순산을 할 수 있었던 건

제 골반 상태가 좋았고 저와 아이 모두 건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임신중 건강관리도 중요 하지만

평소에도 스트레스 받지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호사 말을 잘 듣는 것!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힘주기를 잘 해야 빨리 지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하나 무엇보다 제게 힘이 되었던 건

제 손을 꼭잡고 곁을 지켜 준 남편의 기도였습니다.

괜찮아~ 금방 끝날거야... 조금만 힘내!!

그렇게 옆에서 손을 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위안이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고통스러워 하는 걸 지켜 보면서 더 힘들었을 우리 남편... 감사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여동생이 결혼한지 벌써 일주일이 다되어 갑니다.

혹시라도 못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무사히 잘 다녀왔어요.

(신랑이 사위노릇 형부노릇 하느라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요~~)

 

그런데 제가 만삭인 몸으로 친정에 와 있으니 다들 애기 낳으러 왔냐고 물으셨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그래서 산후조리는 시댁에서 한다고 했더니 불편할거라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시댁인데 친정만큼 편하기야 하겠어요?

하지만 전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님도 그러길 원하셨고 시댁에 간다고 해도 2주 정도는 그 근처 조리원에 있을 거거든요.

 

친정 엄마가 서운해 하실까 그게 맘에 걸리긴 했는데요

저만 편하고 괜찮으면 됐다면서 이해를 해주셨어요.

 

이왕이면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을 하고 싶어서 주위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긴 했는데

친정엄마는 일 다니셔서 오기 힘드시고

시어머니도 농사일로 바쁘셔서 다녀 가시려면 번거로우세요.

그렇다고 오지 말랜다고 안 오실 분도 아니시구...

 

그래서 차라리 제가 시댁으로 가는게 여러모로 낳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엄마, 아빠도 다녀가시기 더 편하실것 같구...

한달 정도 떨어져 있을 신랑에게도 그렇구요.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게 있네요

차로 장거리를 움직이는 게 갓난 아이에게 안좋다는 얘기가 있어서요.

책에도 아기를 심하게 흔들면 뇌에 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하고...

신랑도 시어머니도 이점을 크게 걱정하세요.

 

담당 선생님께선 걱정 안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하셨지만

제가 구지 여기서 출산을 하겠다고 괜한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맘 편히 먹고

다 잘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밖엔 없는 것 같네요.

 

암튼 이번 기회에 시댁 식구들이랑도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처음 보단 많이 편해졌지만요 ㅎㅎ)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