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도담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눈 마주침이 잘 안되는 것 때문에 주위에서 상담을 권하셔서

대학병원에 예약을 해놓았는데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구요.


친구가 보기에도 아이가 너무 혼자 노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마 무슨 문제가 있어 그런 건 아닐거라며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친구는 아들이 지금 7개월 정도인데

얼마전에 영유아 건강검진을 갔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검사를 하시던 선생님 왈

" 어? 애가 고환이 없네요? "

" 네??? "

정말 꼼꼼하게 아주 깊숙이 손가락으로 눌러보기까지 하셨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인다면서 비뇨기과에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하시며

건강검진 결과지에 ' 고환이 없음 '이라고 적어주셨답니다.


집으로 돌아온 친구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여

신랑과 친정엄마에게 전화해 이 이야기를 전했는데

신랑은 " 그럼 우리 아들 남자구실 못하는 거야? " 그러고

친정엄마는 " 어?? 그게 없을리가 있나? " 그러셨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눈물이 막 흐르는데

밖에는 비까지 내리더라네요.


그래도 친구는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아들을 업고는 비뇨기과를 찾아 갔답니다.


비뇨기과에 들어서자

남자 간호사가 친구를 보고는 깜짝 놀라는 눈치였답니다.


" 저... 어머니가 검사를 받으려고 오셨나요? "

" 아니요? 애기요. "

" 애기요?? "

" 네... 고환이 없다고 해서... "


접수를 하고 진료실에 들어가

자고 있던 아이를 눕히자 자지러지게 울었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검사를 하셨답니다.


" 어? 있네요? "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친구 눈에도 보이길래 먼저 말이 나왔다네요. ^^;;


" 네... 있네요. ^^;; "

선생님도 황당하셨는지... 진료비도 안받으시더랍니다.


친구가 얘기를 재미있게 하기도 했고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저도 웃음이 났는데요

아무 이상이 없었기에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당시에 친구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기 들은 원래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그런다고 합니다.

아주 올라가 버리면 그건 큰 일이지만... ㅋ

그 얘길 듣고 나니 저도 울 도담이 기저귀 갈 때나 목욕시킬 때

한번씩 확인을 해보게되네요 ㅎㅎ;;


아이를 키우다보면 참 별별 일이 다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이때문에 울고 웃고...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는 가정에도

이미 겪었든 겪고 있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저마다 고민과 아픔들은 다 있나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9월 말쯤에 친구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예정일은 10월 이었는데 아이가 너무 커서 미리 유도분만을 했답니다.

자궁문은 다 열렸고 아이 머리도 보이는데 더이상 진행이 안되자
간호사 세명이 친구 배를 눌러서 겨우겨우 자연분만을 했다는군요.
태반이 나올 때도 문제가 있었던지 피가 온 병실에 다 튀었다고 합니다.

워낙 활동적인 친구라서 운동도 많이 했다는데...
유도분만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친구가 산후조리원으로 옮겼을 때
남편이랑 도담이랑 같이 아기를 보러 갔었습니다.
역시나... 아들이라 그런지 아빠를 많이 닮았더군요.

우리 도담이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신생아는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한 것 같습니다.

그 후론 서로 연락을 못하다가 한 달쯤 지나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애 낳고 엄마들이 왜 우울증에 걸리는지 알겠다며
조리원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집에서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보니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억세서 안고 달래기도 힘들고
응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용을 쓰다가 열이오르니
온몸에 울긋불긋 열꽃까지 피었답니다.

처음엔 아이가 어디 아파서 그런가 했는데
아는 친지분이 애가 좀 유별나서 그렇다며 시원하게 해주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보일러도 못돌리고 한번씩 거실문을 열어놓는데
친구는 옷을 껴입어도 춥답니다.

밤에 아이가 울어서 달래도 안그치니 남편도 짜증을 내고...
그렇더라도 남편이 옆에 있어야 친구가 힘들 땐 대신 아이를 봐주기도 할텐데
몇일 안있어 장기 출장을 가버렸답니다.ㅜ.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정이 가깝다는 건데요
친정 엄마도 직장 생활을 하시니 저녁에나 잠깐씩 봐주시는 듯 했습니다.

하루는 새벽 4시에 애가 울어서 깼는데 너무 힘들어서 엄마를 불렀답니다.
신기하게도 할머니가 안고 얼러주니 울음을 뚝 그쳤다네요.

아이한테 시달리느라 지쳐 쓰러져 잠든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다음 날엔 일부러 일찍 마치고 오셨다고 합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밥도 대충 미역국에 말아서 먹는데 그것도 아이 달래느라 팅팅 불도록 못먹고...
그러다 어느순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한숨이 나왔답니다.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걸 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화장은 둘째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보니
자기 자신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군요.

그나마 친구가 잘 견뎌내서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아 너무 다행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밤낮이 바뀌었는데 혼자선 감당도 안되고
매번 엄마한테 연락하기도 죄송스러워 아예 친정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저도 순간순간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너무 멀어서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었지요.
그래도 친구 아이에 비하면 우리 도담인 많이 순한 거였네요~

자기도 이제 엄마이면서
엄마들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고 말하는 친구...
저도 도담이를 낳고서야 그걸 깨달았었죠~

어릴 땐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고
처녀땐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결혼을 해보니 부모가 되어야 정말 어른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서도 뭔가가 어설픈 것이...
저는 할머니가 되어서야 어른이 되려나봅니다.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