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가 부탁이 있다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화상으로 보험 가입을 했는데 취소 좀 시켜달라구요.

엄마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서 폰으로 전화를 해서는
한달에 10만원에서 15만원 넣는 연금 상품을 소개했던 모양입니다.
월 복리로 만기에 엄청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우리 엄마...
거래하던 은행이니 별다른 생각없이 덜컥 가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화상으로만 가입을 한거라 영 찜찜했던가 봅니다.
통장에서 돈은 빠져 나갔는데 증권도 영수증도 못받았다네요.
(나중에 취소하고 나서 우편으로 받으셨데요~)

거기다 요즘 다니시는 공장도 잘 안되서 한달에도 몇일씩 쉬는 일이 많은데
사정이 그렇다 보니 그나마 받는 쥐꼬리같은 월급도 들쭉날쭉이라
고정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엄마가 ARS 상담 전화를 많이 어려워 하시니
본인이 아니면 취소가 안될 걸 알면서도 일단 제가 통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를 하니 비씨카드 보험 상담소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일단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취소 여부를 물었더니 취소는 가능하다며
해당 연금 보험 회사로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보험회사로 전화를 해서 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취소 절차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확인을 하고 취소를 해주겠다더군요.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한다거나 직접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다행이었죠.
그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보험회사랑 통화 했다고 그쪽에서 연락이 갈거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고맙다고 수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냥 끊었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엄마에게
요즘 사기전화가 얼마나 많은데 전화로 그런거 덜컥 가입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용돈도 제대로 못드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더 언성을 높였던 것도 같습니다.
엄마는 이제 다시는 그런거 안한다고 다짐을 하셨구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 장모님도 모르고 그러신건데 왜 짜증을 내?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 되지.
  나도 엄마랑 대화할 때 잘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심하자. 부모님께 잘못하는 거 있으면 서로 이야기 해주고... "

사실 남편도 성격이 급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어머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남편보고 뭐라고 했었는데 저도 다를게 없었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결혼 전에도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에 제가 언성을 높였던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편하니까 엄마니까 다 받아 주시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없이 굴고 말았네요.

전화 통화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엄마는 딸래미 전화세 많이 나올까봐 얼른 끊으시는데...
남편 말마따나 앞으로는 엄마랑 통화할 때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달에 부산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다녀오기엔 먼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광안리에서 바닷 바람도 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답니다.

그런데 외박 나온다던 남동생은 갑자기 부대에 일이 터져서 못만나고
친구들 얼굴도 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연락도 못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제 친구들은 결혼 후에도 친정 가까이에 살아서
서로 왕래도 자주하고 출산 준비나 육아도 엄마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데
시집을 멀리 가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5월에 결혼한 친구는 조금있음 아이를 낳습니다.
그 친구는 친정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너무 가까이 있어도 탈이라고 처음엔 신랑이 좀 불편해 했다더군요.
하지만 신랑이 워낙에 붙임성 있고 성격이 좋아서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넘긴 것 같습니다.

엄마 편찮으실 때 자주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출산 준비나 쇼핑도 엄마랑 함께 다니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친정 엄마 생각에 미안한 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얼마전에 전화를 해서는 이사를 가야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신랑이 건축쪽 일을 하는데 이번에 승진을 해서 출장을 가게 될 것 같다구요.

출장 기간이 길기도 하고 곧 아이를 낳을 텐데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눈에 밟히겠냐며
저도 따라 가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정 엄마가 많이 서운해 하시겠다 했더니
안그래도 전화로 말씀을 드렸는데
처음엔 그냥 덤덤히 받아 들이시더 잠시후에 울면서 다시 전화를 하셨답니다.
너 멀리 가면 엄마는 어떻하냐시면서...

놀란 친구는 얼른 친정으로 달려 갔고
엄마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 우시는 걸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 엄마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다. 어린 애처럼 우시더라. "
" 그래... 많이 서운하셨나보다. 너도 같이 울었나? "
" 아니~ 나는 웃음이 나오던데... "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출장인데...
그리고 결혼한 남동생도 가까이 사는데 왜 그러시냐 했더니
모르겠다고... 딸래미가 멀리 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셨답니다.
남편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도 아무렇지 않으셨다는데 말이지요.

너 가면 누가 엄마 옷 입는 거랑 화장하는 거 신경 써주냐...
나는 너 이렇게 잠깐 출장 가는 것도 서운한데
니 친구 엄마는 다들 멀리 시집보내고 어찌 사시냐... 하시며
제 얘기도 하시더랍니다.

순간 마음 한켠이 저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혼할 당시 엄마가 멀리 가는 걸 무척 서운해 하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땐 여동생도 멀리 시집가는데 별말씀 없으시고
유독 저에게만 뭐라고 하셔서 오히려 저 서운한 것만 생각했었는데...

저는 친구처럼 엄마에게 살갑지도 외모에 신경을 써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엄마랑 얘기 하다보면 티격태격 할 때가 참 많았고
엄마가 잘못 생각한다 싶으면 제가 가르치듯 얘기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끔 하는 통화에서도 그랬네요.
그냥 맞장구 쳐주고 받아주고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요.

어릴땐 늘상 함께 가던 목욕탕도
크고 나선 엄마가 같이 가고 싶어하는 걸 알면서도 잘 안갔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까요?

그래도 저는 엄마에게 맏딸이었나 봅니다.

함께 목욕 하면서 속내도 털어놓고...
아빠랑 다퉜을 때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하소연도 하고...
때론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엄마에게 있어서 맏딸은
어쩌면 장남보다도 남편보다도 더 큰 존재가 아닐런지요?

Posted by 연한수박
딸 둘에 아들 하나...
요즘은 이렇게 낳으면 금메달 감이라는데...
친정 부모님을 보면 정말 그런가 싶습니다.

두 딸은 모두 멀리 시집을 가버렸고 남동생은 군대에 가있고...  
저희는 멀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늘 죄송스럽습니다.

오랫동안 공장에서 일을 하고계시는 엄마...
요즘 오십견이 왔는지 팔이 많이 아프다셨는데 
공장에 일거리가 없어서 한두달 쉬는 바람에 그나마 조금 나아지셨답니다.

그런데 일을 안나가니 많이 심심하고 적적하셨나봅니다. 
왠만하면 오라는 말씀 잘 안하시는데
일부러 전화해서 손주가 너무 보고싶다고 놀러 오라고 하시니 말입니다. 

요즘 남편이 회사일로 여유가 없어서 휴가를 쓸수가 없다기에
상의 끝에 지난 주말에 잠시 부산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계속되는 장마에 태풍소식도 들리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날씨가 좋다못해 뜨거워서 토요일엔 바닷가 나들이까지 다녀왔네요 ㅋ

일요일엔 도담이 낮잠 재워놓고 커피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아침에도 마셨는데 하루에 한잔이상 먹지말라는 엄마 말씀에
집에선 남편이 못마시게 해서 사다놓지도 않는다고 그랬습니다.
먹고싶으면 남편한테 물어보고 사먹는다고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십니다.
" 커피 그거 얼마한다고 맘대로 사먹지도 못하니? "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아직 수유중인데다 커피가 몸에 좋지도 않은데 너무 좋아하니까...
남편도 저 생각해서 먹지말라는 거거든요.
저도 눈에 보이면 하루에도 몇잔씩 먹게 될까봐 일부러 안사다 놓는거구요~
남편한테 물어 보는 것도 농담삼아 일부러 그러는 건데...
엄만 제 말에 속이 상하신 듯 했습니다.

그런게 아니라고 다시 말씀을 드렸는데도
저 가지셨을 때 엄마가 커피를 많이 드셔서 제가 커피를 좋아하는 거라고
몸에 좀 안좋아도 먹고 싶을 땐 너무 참는 것 보다 먹는 게 더 좋다며
나중에 남편에게 슬쩍 말씀을 하셨답니다.

그냥 좋은 뜻으로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엄마는 속상하게 만들고 남편은 난처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장모와 사위 사이에서 아내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았네요.
말 한마디라도 생각없이 내뱉으면 안되겠다는 것두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했는데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이번 설 연휴는 시어머니께서 허락을 해주셔서 부산에 있는 친정에 먼저 갔었습니다. 남동생은 군대에 가 있고 여동생도 결혼을 하면서 엄마 아빠 두분이서 쓸쓸하게 명절을 맞으시곤 했는데요 그래도 남동생이 명절에 맞춰 휴가를 나와서 조금은 맘이 놓였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남동생도 못나온다 그러더군요. 부산에 먼저 다녀간단 제 말에 엄마는 먼 길 운전해오면 위험하다고 오지마라셨지만 막상 저희를 보시고는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첫 손주가 얼마나 보고 싶었겠어요. 도담이를 보는 부모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답니다.

연휴 전 하루는 남편이 휴가를 내서 이틀 정도 친정에 머물렀는데요 첫날은 엄마가 일하러 나가셔서 저녁에나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광안리에 있는 엘리스라는 커피숖에서 일하고 있는 여동생... 커피랑 와플은 자기가 쏜다며 놀러 오라기에  바다 구경도 할 겸 부모님을 모시고 광안리로 갔습니다.



마침 제부도 일을 마치고 엘리스로 와서 여동생 내외와도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이번 명절엔 여동생 내외도 못만나고 가겠구나 했는데 저희가 하루 일찍 내려간 덕분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두 딸과 듬직한 사위가 둘에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주까지... 부모님도 너무 행복해 하셨네요.



식사 후엔 여동생이 일하는 커피숖에서 여동생이 만들어 준 커피와 와플을 먹으며 광안대교 구경도 하고 잠깐 밖에 나가서 바닷가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제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셨습니다.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사진 편집해서 더 자세히 올릴께요)

시간이 꽤 지나 도담이가 피곤해해서 자리를 정리하려고 했는데요. 동생 부부는 남아서 할 일이 있다며 저희 먼저 들어가라고 해서 부모님과 도담이를 대리고 먼저 집으로 귀가했네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 외출이라서 그런지 다들 너무 즐거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온 가족이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남편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남펴과 결혼한지 어느덧 2년여가 다 되가지만 아직까진 부모님도 남편도 서로에게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던게 사실인데요. 제가 생각 할때는 서로의 장벽이라 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한 사건이었고 엄마에겐 사위에게 얼굴 붉힐 영원히 기억하기 싫은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날 엄마가 외출 전부터 이것저것 군것질을 좀 하셨고 나가서도 와플과 커피등 먹어서 배가 많이 불렀었나 봅니다.

저와 거실에서 이야기 할때 였는데요.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가 안된다 하시더니 갑자기 방귀를 끼시는게 아닙니까? 포즈도 너무 귀엽게 취하면서 뿡뿡뿡~~  ㅡㅡ;; ㅋㅋ 저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남편을 바라보았고 엄마는 그제사 당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으셨습니다.

저와는 이런 편안함을 주고 받는 모녀 지간이라 가끔 이런 행동을 하시는데요. 그날은 남편이 같이 있어서 조심하셨는데.. 방에서 컴퓨터 한다고 생각하시고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 취하신 것 같습니다.

남편은 당황해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있었는데요.

장모님이 난처해 하실까봐 애써 못들은척 얼굴을 붉히고 앉아 있던 남편에게 엄마는 민망해서 더 크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어머 자네 거기 있었나?  어떻게 몰랐잖아~ 미안하네... 못들은 척 하게 "
" 아... 예... 괜찮습니다. ^^;; 아무것도 못들었습니다" 

시선은 티비에 고정 시킨채 어쩔줄 몰라하며 대답하는 남편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혼 2년만에 장모와 방귀튼 사건인데 생리적인 현상이라 어쩔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장모와 사위라는 관계가 아직은 어렵고 서먹한데 너무 일찍 방귀를 튼 건 아닌지...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으로 서로 더 편해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사실 저도 가끔은 생리적인 현상을 참기 힘들어서 참 난감하고 곤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럴 땐 그냥 못들은척 조용히 넘어가 주는 센스를 발휘해 주는 것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ㅎㅎ

비록 엄마에겐 당황스럽고 민망한 상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부모님과 남편이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의미있던 시간이었어요. ^^

이번 에피소드를 계기로 왠지 올핸 더 행복한 시간이 찾아 올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남은 연휴 잘 즐기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