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2. 4. 23. 06:54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방살림 부터 챙기는 도담이^^;;

침대 한 쪽에 아빠가 누워 있어서 그랬는지 주방살림들을 일렬로 죽 늘어 놓았습니다.


어차피 챙겨도 금새 이렇게 만들어 버리고

다른 놀이 중에도 제가 냄비를 만지는 소리가 들리면

쪼르르 달려와 도로 뺏어가기에

자기 전에만 대충 치우곤 했습니다.


저희 시이모님 중에 어린이집에서 일하시는 분이 계시는데요

두돌이 지났는데도 도담이가 유독 주방살림만 가지고 노는 것 같다고

조금 제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하루종일 주방놀이만 한다면 그건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시간을 정해서 놀게 하거나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 보라고요.

엄마와 좀더 함께하고 소통할 수있는 활동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을 해주셨답니다.


도담이가 하루종일 주방놀이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주방살림들이 온 방에 널려있긴 합니다.

치우지도 못하게 하고 오며가며 한 번씩 자리를 옮겨놓습니다.


실증을 내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고

다른 집에 가서도 주방에 유독 관심을 보이며

꼭 요리를 하고 있는 냄비만 달라고 고집을 부려서

엄마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저는 도담이가 좋아하니까

주방놀이 할 때는 혼자서도 잘 노니까

집에서는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모님 말씀을 듣고 생각을 해보니

도담이가 유독 한 가지 놀이에 집착을 하는 것이

저의 잘못일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도담이가 주방놀이를 할 때는 구태여 제가 옆에 있지 않아도 되고

혼자서도 잘 노니까 그 틈에 집안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요리하는 걸 유심히 봤다가 그대로 흉내내는 걸 보면서

아들 노는 모습이 신기하여 잘한다고 맞장구쳐주고 그랬는데

그런 것도 조금 작용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모님은 당신이 도담이를 만나는 것은 아주 가끔이고

그저 어머님이나 저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 뿐이니

제가 보기에 이모님의 조언대로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너무 조급해하진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 나가라로 하셨습니다.


남편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 날 이후로는 도담이와 함께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

그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럴 수록 부모와의 소통이 더 필요함을 이모님을 통해 깨닫게 되었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4. 20. 06:24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시이모님이 사십니다.

하지만 자제분 둘이 모두 입시생인지라

뒷바라지 하시느라 늘 바쁘셔서 자주 뵙진 못한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모님이 저희집에 잠시 다녀가셨습니다.

도담이 주려고 장난감을 샀는데 근처에 볼일이 있어 온 김에 주고 가신다구요.





이걸 포크레인이라고 하죠?

조종기로 움직일 수 있는 뽀로로 포크레인인데

우리 도담인 장난감보다 포장 박스에 더 관심을 보이더랍니다.


" 도담아~ 이거봐라. 도담아? 도담아? "

이모님이 도담이 이름을 몇번씩 부르셔도

대답은 커녕 쳐다보지도 않는 도담이 때문에 제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이모님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도담이 관심을 끌려고 조종기로 장난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도담이를 또 여러차례 부르셨습니다.


윙윙~~

장난감 움직이는 소리에 반응을 보이긴 하는데

무섭다고 피하면서 울음을 터트린 도담이... ㅡ.ㅜ;;


기껏 저 생각해서 이모할머니가 사오신 장난감인데...

제가 너무 죄송스럽더군요.


그 날 이후...

이모님의 전화와 문자가 평소에 비해 부쩍 잦아졌습니다.


도담이가 잘 놀고 있는지... 그새 또 보고 싶으시다는 안부 연락이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더라구요.


" 도담이 이름 각인 시켜주고, 엄마 아빠도 빨리 부르게 해라! "

이런 문자도 보내셨는데 전 그저 도담이가 말이 좀 느린 거에 대해

제가 그렇듯 이모님도 조금 염려가 되셔서 그러신가부다 했습니다.


그래도 이모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신경이 쓰여서

도담이 이름도 더 많이 불러주려고 하고 좀 더 유심히 아이를 살펴보게 되더군요.


밖에서도 일부러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담이를 불러보기도 했는데

절 보며 잘 따라 오더랍니다.


그래서 이모님이 또 연락을 하셨을 때 그 얘기를 해드렸더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고 하시며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사실은 그 날 도담이 보고 가서부터 일이 손에 안잡히셨다고...

아무리 불러도 보지도 않고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 계속 맘에 걸리셨다구요.


말이나 다른 게 느린 건 괜찮다고 오히려 늦게 트이는 애들이 더 똑똑하다시며

하지만 자기 이름을 듣고 반응을 보이는 건 가장 기본적인 거니까

좀 더 신경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제 마음이 상했을까봐 염려스러우셨는지

도담이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런 거라고 하시는데 별 말씀을...

저도 다 알고 있고 오히려 감사하답니다.


차도남 도담이 때문에

친정이든 시댁이든 서운해 하시는 부모님이나 친지분들 뵐 때마다

제가 참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거실 한 쪽 구석에서 철저히 도담이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포크레인...

언제쯤이면 도담이의 사랑을 받게 될까요?

언젠가는... 도담이의 사랑을 독차지(?)할 날이 오긴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가끔 도담이가 무서워하는 걸 이용해서

저 장난감으로 장난을 치는 남편때문에 그 시기가 더 늦어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