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참 힘든 한 주 였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기를 몇일...신랑님  도시락은 커녕 밥도 제대로 못챙겨 줬어요.

 

수요일쯤부터 속이 안좋길래 전 당연히 체한줄 알았습니다. 평소에도 워낙 잘 체하는데다 지난 달에도 심하게 체하는 바람에 몇일 고생을 했었거든요. 증상이 그때랑 비슷하길래 또 단단히 체했나보다 했습니다.

 

주말에 시댁 식구들이랑 물놀이를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도 못가고... 덕분에 부모님 걱정만 시켜 드렸어요.

 

일요일 오후... 조금 괜찮아 진것 같아서 오빠에게 삼청동에 가자고 졸랐습니다. 전날 방송에서 김치말이국수가 나왔는데 그게 먹고 싶더라구요^^ 삼청동에 그걸 파는 가게가 두군덴데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말이 원래 이렇게까지 줄서서 기다리지 않는데 방송 때문에 그런것 같다고 했습니다. 두 집 다 가봤지만 이렇게 줄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요. 기다리기 지루해 하는 오빠에겐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먹고싶은걸 어쩌겠어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막상 먹으니까 조금 실망 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시원한 김치말이국수 덕에 빈속을 조금이나마 채울수 있었거든요.

 

저희가 집에 돌아갈 즈음엔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방송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한게 너무 오래가니까 오빠는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산부인과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계속 피곤해 하고 잠도 많아 졌다면서요. 얼마전에 생리를 했기때문에 아닐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검사를 했습니다. 기다리는 몇분동안 왜그리 떨리던지요. 설마...설마...하면서 지켜 보고 있는데 선명하게 나타나는 두개의 선!!! 그런데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이상했어요. 겁도나고 걱정도 되고 아직 엄마가 될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싶어서...

 

얼른 오빠를 깨우고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 오빠~ 나 임신으로 나왔어...어떻게요? "

" 이구~~~그런것 같더라. 어쩌긴 지금부터라도 몸 조심하고 잘 키워야지.^^ "

제가 걱정스런 빛을 보이니까 오빠는 좋은 일인데 왜 걱정을 하냐고 수고했다며 꼭 안아 주었습니다.

 

나이 서른이면 이른것도 아닌데...어찌보면 늦은 건데...왜 전 너무 빠르게만 느껴질까요? 애가 애를 가진 것만 같습니다. 과연 제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이젠 몸이 많이 괜찮아져서 다행입니다. 점심땐 우유도 마시고 밥도 먹었어요~ 앞으론 먹고싶은게 더 많아 지겠죠? 오빠의 부담이 점점 커지겠어요 ㅋㅋ

 

** 검사를 하기전에 임신 테스트기 설명서를 찬찬히 읽어 봤는데요 생리를 했는데도 검사 결과가 임신으로 나올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가 임신으로 나왔다면 그 출혈이 생리가 아니라 착상 출혈이었을 거라네요. 착상을 할때 출혈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요^^  

Posted by 연한수박


드디어 해리포터가 개봉을 했습니다.^^ 책은 읽다 말았지만 영화는 빠짐없이 다 봐왔기 때문에 더 기대가  컸습니다.

이번에도 당연히 보러 갔습니다. 전날 오빠가 미리 예매를 해뒀는데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서둘러야 했어요.

아슬아슬 목동 CGV에 도착! 얼른 표를 찾고... 팝콘과 음료를 사자마자... 뛰다시피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우리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6관에 ㅇ열 ㅇ번 ㅇ번...??? 다시 확인 하고 또하고...분명 우리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들께 표를 확인 해보라 하고 우리 표도 보여 드렸지요. (다행히 영화 시작 전 이었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불빛삼아 우리 표를 유심히 살피시고는 하시는 말씀이...
" 여기 해리포터 안해요...트렌스포먼데... "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기가 6관이 아닌가? 맞는데...아무리 표를 들여다봐도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원에게 가서 표를 보였습니다. "헤리포터는 7관인데..." 극장 직원은 죄송하다며 어디론가 연락을 하더니 매표소로 가보라 했습니다. 결국 오빠는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말았답니다.
 
매표소에 가서 표를 보여주니 직원이 표 맨 아랫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 공항 CGV로 예매 되어있네요. "
설마 했는데...ㅠㅠ...그렇게 표를 들여다 봤는데도...왜 그건 안보였을까요?
 
일이 이렇게 된데는 제탓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자고 약속을 잡으면서 그날 비오니까 공항말고 다른 곳으로 예매하라고 그랬거든요. (공항 CGV는 주차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비오는 날은 정말 불편합니다.) 그래서 오빠는 목동으로 예매를 하려고 했던 건데 평소 자주 가던 곳이 공항점이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하게 된거죠.
 
" 어떻하지? 새로 예매해서 볼까? "
오빠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그러는데...에휴~~ 그냥 웃을 밖에요.
" 그냥 가요... "
영화도 올라서 이젠 9,000원이나 하는데 또 예매를 하기엔 부담스러워서 보지말자 했습니다.
 
" 공항으로 가자. 지금 가면 반은 볼 수 있어!! "
그렇게 오빠는 절 데리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공항 주차장에 들어갈 땐 조금씩 오던 빗줄기가 갑자기 거세졌습니다. 거기다 바람까지 불어줍니다. 그것도 제쪽으로...주차장에서 극장까지 걸어 가는데 우산을 썼는데도 옷이 반이나  졎어 버렸답니다. 새로 산 원피슨데...흑...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ㅡ.ㅜ 그런 절 보며 오빤 더 미안해 했구요...저 우산 씌워주느라 오빠도 등이 다 졎었는데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보았습니다. 목동에서 사온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 이런게 다 추억이다~ 오빠가 아니면 누가 이런 추억 거릴 만들어 주겠어??!!
- 치이~~~~ㅎㅎ
미안한 맘에 이런 말도 했겠지요^^ 근데 정말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네요~ 그리고 그때마다 제 얼굴엔 웃음이 가득 할겁니다.
 
오빠는 극장 직원에게 화냈던게 젤루 맘에 걸린답니다. 진짜로 많이 미안하다고 하네요^^;;
Posted by 연한수박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너무 반갑습니다.
 
매~엠~매~엠 매미소리도 들리네요. 올여름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가을에 보여야 할 잠자리는 진작부터 활보하고 다니는데 말입니다. ㅋㅋ
 
오늘도 꽤 더운 날씨였는데요 덥다는 생각도 잠시...보송보송 잘 마른 빨래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는 퍼뜩 드는 생각이 '운동화 빨아야지~' 였습니다. 비에 젖어 꼼꼼한 냄새가 나던 운동화를 방치해둔 것이 벌써 몇일 째인지 모르겠어요.
 

 
겉보기엔 그렇게 더러워 보이진 않지요? ㅎ
 
물에 가루비누를 녹이고 옥시크린도 조금 넣고...운동화를 폭 담궜다가 칫솔로 열~씨미 문질렀어요. 엄마는 칫솔로 문지르면 운동화 버린다고 그러지 말라셨지만 그래도 칫솔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아서...^^;;
 

 
제것 까지 세켤래를 빨았는데요 에구구...힘이 듭니다. 깨끗이 한다고 했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네요.
운동화 빨래방에 맡기면 좀 더 깨끗하게 될까요? 가끔 전단지를 보거나 그 앞을 지날때면 한번쯤 이용해 보고픈 충동이 마구 마구 생깁니다. 살균 소독까지 된다잖아요?! ㅋㅋ
 
이것들 다 마르려면 몇일 걸릴텐데...내일도 모레도 오늘만 같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 부부는 애완동물 키우는 걸 싫어 합니다. 아무리 귀엽고 이뻐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어릴적 집에서 떠돌이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는데...얼마나 혼이 났던지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 오면 책상위로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절보고 막 짖으면서 뛰어오는데...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웠답니다(ㅜㅠ) 동생들 오기만 기다린적도 있어요. 동생들은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키우고 싶어한답니다.

 

돌이켜 보면 하루종일 빈집에 혼자 있다가 절 보고 반가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무섭습니다. 개한테 물린 적도 없는데 왜 그런건지...저도 이유를 모르겠네요 ㅎ

 

그런데 오빠에겐 애완동물처럼 소중히 아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출퇴근 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주말에나 보게 되는데요 한번씩 잘 있나 궁금하다고 보고싶다고 그런답니다. 제가 보기엔 깨끗한데도 아니라며 틈만 나면 세차를 하려고 하구요...

볼때마다 "음~좋아~"하면서 감탄을 하고, "잘 있었어?" 말을 걸기도 해요^^

 

언젠가 시댁에 갔을 땐 한밤중에 세차를 했는데요 몇시간을 공들이는 오빠를 보면서 시부모님도 놀라워 하셨답니다.

 

오빠가 차를 이렇게 아끼다보니 저도 자연히 조심스럽게 되더군요. 혹시라도 운전을 하다 어디가 긁힌 것 같으면 제 가슴이 다 철렁합니다.

 

좀 유별나다 싶기도하고 질투(?) 비스무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런 오빠때문에 웃게 되네요~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는ㅎ)

 

얼마전엔 셀프 세차장엘 따라 갔었는데요 오빠만큼이나 열심히 차를 닦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차를 꾸미는 데만도 몇백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아끼고 좋아하는 건 좋지만은 그게 너무 지나치면 안되겠죠?



Posted by 연한수박

블로그에 한참 빠져있는 저 때문에 신랑님도 바빠 졌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는 일이 제가 올린 글을 읽는 거랍니다.

 

첨엔 스킨 꾸미는 것 부터 사진을 올리고 편집하는 법 까지 하나하나 배워야 했습니다. 사진기도 잘 못다루는데 컴퓨터는 오죽 하겠어요~ 그런 제가 답답할 만도 한데 오빠는 너~무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글을 하나 둘 올리게 되면서는 제목을 직접 지어주기도 하고 (제목이 중요 하다네요ㅋ) 부족한 부분에선 조언도 해주구 잘한 게 있으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오빠의 칭찬은 저에게 아주 큰 힘을 준답니다!!!)

 

하루는 그런 오빠에게 꼭 편집장 같다 그랬더니 "나를 앞으로 편집장이라고 불러 주시오~ㅎㅎ" 그러네요.(^^)

 

조금씩 방문 횟수가 늘어가고... 어제는 덧글도 달렸습니다. 어찌나 신기 하던지요~ 이 맛에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나봅니다.

 

"첨엔 못하겠다 안하겠다 그러더니 이젠 안시켜도 잘 하네~ 어때? 해보니까 재미있지?"

네~~~~~재미있어요!!(^__________^)

Posted by 연한수박

신랑이 직장 생활로 바쁘다 보니 혼인신고가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전입신고를 먼저 하게 됐는데 혼인신고 전까진 동거인으로 등록이 된다고하네요. 한마디로 동거인이 된 것이지요. ㅎㅎㅎ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로 함께 살고 있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남남 이라니...(흠~) 그 얘길 듣고 오빠는 "우리 아직 부부 아닌거야~남남 인거야~"그러면서 농담을 합니다.

 

그냥 웃어 넘기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그동안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 들인 시간, 물질, 노력들이 서류 한 장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결혼에 대해 우스게 소리로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습니다.'결혼은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까지...신혼여행 다녀올 때까지...혼인신고 할 때까지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거다.!?' (이 말이 이렇게 공감이 될 줄이야-.-) 어쨌든 우리는 거의 한 달 반만에 함께 혼인신고를 하러 갔습니다.

 

이제 서류상으로도 동거인이 아닌 부부가 된 것이지요.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결혼식을 두 번 올린 기분 이랄까요?? ㅋㅋ 혼인신고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인터넷도 찾아보고 공무원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것도 모자라 동사무소랑 구청에도 문의를 했었는데 너무 요란을 떨었지 싶습니다.

 

저는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가져다 미리 작성을 해서 제출했는데요

'본'은 한자로 써야하고 '등록기준지(본적)'는 잘 몰라서 기재를 안했는데 구청에서 열람을 하게 해주어 별도로 다른 서류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같이 처음 결혼해본 분들을 위해 요령삼아 몇가지 소개해 볼까해요. ^^ (하긴 대부분 초혼이니 처음이겠지만요. ㅋㅋ) 





혼인신고 하기

◎ 혼인신고서 1부를 작성하여 가까운 구청에 제출

  - 혼인신고서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받을 수 있음

    - 거주지에 있는 구청이 아니어도 신고 가능

    - 남편, 처의 도장, 신분증 지참

    - 남편, 처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각1통

      (전산으로 확인가능 시 첨부생략-남편과 처가 직접 신고할 경우)

◎ 작성 요령

    - ① 혼인 당사자란 ; 주소에는 현재 주민등록지를 기재

    - ② 부모란 ; 양부모일 경우나 부모님 사망시에도 기재

    - ⑧ 증인란 ; 증인 2명(만20세이상의 성인,부모도 가능)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기재 후

                       도장날인

    - ⑨ 동의자란 ; 미성년자나 금치산자가 혼인한 경우 기재





잠깐!! 혼인신고 팁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혼인신고서에 증인란이란 것이 있는데요. 2번에 보시면 알겠죠. 증인은 결혼 서약을 증명하는 뜻에서 누군가가 도장을 찍어 증명합니다.

 

누굴 증인으로 새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공무원 친구에게 알아보니.. 시부모나 친정 부모님도 된다고 하더군요. 짧지만 매우 유용한 팁이지요. ㅎㅎ

 

그래서 저흰 시댁에 들렸을때 시부모님을 증인으로 도장을 찍었답니다. ㅎㅎ (법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묘했는데.. 진짜 결혼한 느낌도 사알짝 들더군요. )

 

이상 초보 신부 수박양의 혼인신고기 였어요. ~~~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가 된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전업 주부라지만 완전 초보스러운(^^) 아줌마다.

뭘 하든 서툴고 어설프고...심지어 빨래며 청소까지...그런데 요리는 오죽할까?

덕분에 시간이 너무 잘 가서 심심친 않다.

결혼전이나 지금이나 주위에서 늘 듣는 걱정이

하루종일 혼자서 심심하지 않겠냐는 거였는데 괜한 걱정들을 하신 것 같다.

그런데 신랑님도 걱정이 되셨는지

거의 컴맹에 가까운 나에게 블로그를 해보라고 권했다.

내가 자신없어 하니까 

도와줄테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일기 쓰듯 자유롭게 하면 된다면서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가입을 해놓고도 몇 일을 그냥 보내다 오늘에서야 글을 올린다.

처음이라 조금은 쑥스럽고 조심스럽다.(훗)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나의 블로그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그래서 더 특별한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한수박

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사다가 키워 본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두세번 키워 봤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친구랑 산에다가 묻어주었던 기억도 나네요~

 

저희 집에서 병아리를 젤 처음 키웠던 건 제가 더 어릴 때였습니다.

 

어느날 시장에 갔던 엄마가 병아리를 한마리 가져오셨습니다.

어린 맘에도 엄마가 이런걸 사올 사람이 아닌데 싶어 참 의아했었어요.

" 엄마! 병아리 샀어? " (아마도 그렇게 물었던 것 같습니다)

" 아니~ 병아리가 엄말 따라왔어^^ "

 

엄마가 시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이상해서 뒤돌아 봤더니 병아리 한마리가 막 뛰어 오더랍니다.

시장에 사람은 좀 많은가요?

밟힐 듯 밟힐 듯 사람들 다리 사이로 뛰어 다니는데 저러다 죽지 싶었데요.

신경이 쓰여서 또 돌아보니 계속 쫓아 오더랍니다.

 

누구하나 병아리에 눈길 주는 사람은 없지...

쫓아오는 병아리가 신기하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데리고 왔답니다.

 

엄만 분홍색 바구니에 신문지를 깔고 병아리를 넣고는 지붕쪽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마 병아리를 그렇게 키운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밖에 걸어 두었는데도 건강하게 잘 지냈답니다.

 

한번씩 집뒤에 놓아 주면 신나게 뛰어 놀기 까지 했는데요

요것이 다른 사람이 옆에 있어도 엄마만 졸졸 따라 다니는 거에요~

어떻게 엄말 알아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대로면 닭이 되는 것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왠걸요~

몇일이 지나지 않아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집 뒤에 풀어 주고는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요

또 동네 아주머니랑 얘기 하고 있는 엄마 발 밑에서만 왔다갔다 하더군요.

엄마도 신경이 쓰였던지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을 헛딛는 바람에 그만.......ㅠ.ㅠ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 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엄말 쫓아 왔을까요?

병아리도 사람을 알아보는 건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서울에서 부산은 정말 멀었습니다. 초기에는 거의 매주 만났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한 달에 한 두번 보기도 어려워 지더군요. 회사일이 바빠서... 집안일 때문에... 어쩔수 없는 사정이 생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서울서 혼자 생활하는 오빠에겐 경제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매주 KTX를 타고 내려오는 오빠를 보면서 장거리 연애 선배인 여동생이 ( 여동생 커플은 천안-부산을 오간답니다. ) 했던 말이 생각 나네요.
" 지금은 처음이니까 그렇지 조금만 있어봐~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될거야~ "

정말로 그 시기가 오게 되자 우리는 전화로 위로를 삼았던 것 같습니다. 요금제도 커플로 바꾸고 매일매일 통화를 참 오래도 했었어요. 주위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ㅋ

친한 친구랑 통화를 해도 할 말이 없어서 금방 끊어 버렸던 제가 그렇게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으니 이상스럽기도 했을거에요.

 

특히 가족들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여동생은 잠 못자게 한다고 툴툴거리고 엄만 전화세 많이 나온다고 잔소리 하면서도 무슨 얘기하나 옆에서 가만히 앉았다 가고 남동생은 볼때 마다 '아직도해?' '또해?' 그랬답니다. 

오빤 주 5일제라 금요일 밤에 내려왔는데요 저희 회산 주 5일제가 아니어서 토요일 저녁에 잠깐 보고 일요일엔 기차시간 맞추느라 늘 시간에 쫓겨야 했습니다. 정말로 기차를 놓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어달쯤 지나서는 저희 회사도 주 5일제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었어요. 처음 시행할 땐 이래저래 힘들었는데 적응이 되고나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덕분에 좀더 여유롭게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좋던지... 토요일은 하루종일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당일치기로 몇번 가진 않았지만 제가 서울로 올라가기도 했어요.

 

오빤 교통수단도 KTX 에서 고속버스로 바꿨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하지만 요금이 배이상 차이가 나니까요.

 

거의 1년을 이렇게 보냈는데요 자주 볼 수 없어서 힘들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만날 날이 기다려지고 헤어지는게 안타까웠습니다. 거리가 멀다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니까 그 불편함에도 익숙해 지더군요.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곤 하지만 서로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듯이 오히려 장거리 연애가 더 어울리는 연인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도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소개팅을 하고 뒤숭숭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또 만나기로 하긴 했지만 이 만남을 계속 이어가도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어요.

 

' 그냥 만나 보는거야~ 뭐 어때? '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나중에 헤어질 때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만나 보기도 전에 헤어질 때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인 건 알지만 결혼 생각이 없던 저로선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일요일... 약속 장소에 나가면서도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오늘 만남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 지 결정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선은 솔직한 내 심정을 얘기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어떤 쪽으로든 대답을 할테니까요.

 

두번째 만남...... 역시나 어색했습니다. 만나자마자 수줍게 장미꽃을 한다발 건네 주시는데 너무 뜻밖이고 당황스러워서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덕분에 분위기는 더 어색해 졌답니다. 졸업식 때 말고는 꽃다발을 들고 다닌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가뜩이나 사람 많은 서면 거리를 꽃다발을 안고 걸어 다니려니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그런 제 모습에 그분도 적잖이 당황을 하셨다더군요.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보니 금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스파게티...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그러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일전에 잠시 사귄 사람 얘기부터... 어떻게 헤어졌는지...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솔직히 누굴 만날 자신이 없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이쯤 되면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요... 전 그분도 마음을 접을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은 대답은 좀더 만나 보자는 거였어요. 마음 아프게 안할테니 한번 믿어보라고요.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답니다.^^

 

꽃을 가지고 집에 들어서니 부모님은 깜짝 놀라시고 동생들도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왠지 쑥쓰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계속 만나 볼 생각이라니까 다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더군요.

 

이렇게 우리는 처음 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고비라고 하기엔 너무 시시한가요? 하지만 그당시 전 아주아주 심각했었답니다. 오빠도 그때 제 얘길 들으면서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내가 싫어서 그러나,,,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만약에 그때 오빠가 절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거에요~^^;;



Posted by 연한수박